‘꿈 아지트’가 된 청년센터
5일 대구 중구의 대구문화예술창작공간에서 청년들이 말린 꽃과 버려진 포장재를 이용해 엽서를 만들고 있다. 이 수업은 대구 청년센터의 청년학교 ‘딴길’의 ‘업사이클링디자인학과’ 일환으로 진행됐다. 대구=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대구 중구의 한 작은 공방에서 청년들의 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수분 하나 없이 마른 꽃, 포장에 쓰였던 구겨진 종이…. 쓰레기통에 들어갈 운명이던 폐품들에 청년들의 손길이 더해지니 세련된 엽서로 재탄생했다. 친환경 제품이 각광받는 시대에 꼭 필요한 ‘업사이클링’ 기술을 가르치는 수업의 모습이다.
대구 청년센터는 실용성에 재미를 더한 다양한 학과를 갖춘 청년학교를 3년째 운영 중이다. 학교 이름은 ‘딴길’이다. 좋은 대학이나 직장만이 성공이라는 공식에서 탈피해 새로운 경험과 교육을 얻어가라는 뜻이다. 업사이클링 교육을 담당하는 사공영미 대구문화예술 창작공간 대표는 “지난해 수업에 참여한 수강생 중엔 이 분야에 흥미를 느껴 강사가 되기도 했다”며 “학생들 스스로 재능과 적성을 알아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광고 로드중
취업 준비에 한창인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공기업 입사를 목표로 하고 있는 송지은 씨(27)는 “취업 준비만 하면 무기력해지기 쉬운데 오전 시간을 생산적으로 쓰면서 치유되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화학공학을 전공해 생산관리직을 준비 중인 이동륜 씨(28)는 “무언가를 만들며 집중하다 보면 스트레스도 해소된다는 게 이 수업의 장점”이라며 “배움에 호기심이 많고 스트레스를 능동적으로 해결할 줄 안다는 점을 입사지원서에 잘 담아낼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양천구 청년센터 ‘무중력지대’는 지역사회에 흩어져 있는 청년들을 한데 모으는 구심점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은 ‘무중력지대’가 개최했던 플리마켓 현장. 사진 출처 무중력지대 페이스북
대구 청년센터에선 청년학교 ‘딴길’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대표적으로 ‘갭 이어(gap year)’도 지원한다. 갭 이어란 대입시험을 마친 학생들이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고 진로 탐색을 위해 갖는 휴식시간을 말한다. 한국 사회에선 이런 선택을 하는 학생들을 찾기 어렵다. 대구 청년센터는 3주간 30만 원의 활동비를 지급하며 단기 갭 이어를 장려하고 있다. 청년들 스스로 정책을 만들어 시에 제안하는 ‘청년ON’ 프로그램도 있다.
김요한 대구시 청년정책과장은 “니트족(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청년 무직자)이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당장 취업하라고 압박하는 것보다 본인들 스스로 진로 탐색을 하도록 돕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고 로드중
문유진 양천 무중력지대 센터장은 “지역사회에 파편화된 청년들이 한곳에 모여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게 목표”라며 “센터 이름인 ‘무중력’ 역시 사회 압박으로부터 벗어나 자유로운 청년으로서 활동해보자는 취지로 지은 이름”이라고 설명했다.
대구=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