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EU 정상회담서 대결구도 경계… “무역질서 파괴 아닌 개선이 의무” 리커창 “지재권 침해에 대해선 가산 탕진시킬 정도로 처벌할 것”
미중 무역갈등이 고조되며 유럽연합(EU)과 연대해 미국에 맞서고 싶어 하는 중국의 바람과 달리 EU 측은 “중국과 함께 미국에 대항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16일 중국을 방문한 EU 도날트 투스크 정상회의 상임의장과 장클로드 융커 집행위원장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리커창 중국 총리와 20번째 EU-중국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이날 양측은 경제, 안보 등 현안 전반에 대한 44개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냈지만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해서는 원론적인 언급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EU 측은 중국의 무역정책에도 문제가 있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중국과 거리를 뒀다. 투스크 상임의장은 리 총리와의 회담에서 “세계 무역질서를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개선하는 것이 유럽과 중국뿐 아니라 미국과 러시아의 의무”라며 “우리 역사에서 뜨거운 전쟁으로 비화했던 무역 전쟁을 시작하지 말자”고 강조했다. 투스크 상임의장의 발언은 관세를 두고 국가 간 대결을 벌일 것이 아니라 세계무역기구(WTO) 개혁 등을 통한 공정한 규칙을 만들어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이지만 미국에 맞선 공동전선 구축을 희망하는 중국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EU가 중국과의 공동대응에 거리 두기를 한 것은 중국과 같은 편에 설 경우 분쟁을 더욱 키울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권오혁 hyuk@donga.com / 구가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