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굴소년들 구한 다국적 주인공들
“이것이 기적인지, 과학인지, 아니면 무엇인지 우리는 알 수가 없다.”
태국 해군 네이비실은 10일 유소년 축구팀 13명을 모두 구조한 직후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이렇게 적었다. 최장 4개월까지 걸릴 것으로 예상됐던 구조 작업이 일주일 안에 마무리된 것은 기적이었다. 그러나 온몸을 소년들을 위해 던졌던 수많은 이들의 희생이 없었다면 기적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위기 상황에서 침착하게 소년들을 이끈 에까뽄 찬따웡 코치(25), 전 세계에서 달려온 다국적 구조대 등이 이번에 화제를 모았던 대표적 인물이었다.
○ 절망의 순간에 빛난 25세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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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까뽄 코치는 소년들이 명상을 하게 해 체력을 비축시켰다. 또 소년들이 집에서 가져온 과자를 나눠서 먹게 했고 복통을 막기 위해 바닥에 고인 물을 피하고 천장에 맺힌 물만 마시게 했다. 덕분에 소년들은 구조대에 발견될 당시 다소 야위었으나 건강을 잃지는 않았다. 그 대신 코치는 아이들에게 먹을 것을 양보하고, 자신은 아무것도 먹지 않고 버틴 것으로 알려졌다.
에까뽄 코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간 죄책감 때문에 내내 괴로워했다. 그는 부모들에게 “제가 최선을 다해 아이들을 보살피겠다고 약속해요”라는 글을 남겼다. 그 약속을 지켜 그는 마지막으로 동굴을 빠져나왔다. 에까뽄 코치는 어린 시절 부모를 잃고 보육원에서 자랐고, 12세 때부터 사찰에 들어가 10년간 수도승 생활을 했다. 그의 헌신 리더십은 태국인들은 물론이고 전 세계인을 감동시켰다.
○ 혁혁한 공을 세운 다국적 구조대
이번 구조에는 전 세계에서 날아온 구조대원들의 공이 컸다. 특히 영국인 다이버 리처드 스탠턴과 존 볼랜선은 열흘 동안 실종돼 있던 13명을 처음으로 찾아냈다.
전직 소방대원인 스탠턴은 2004년에 멕시코 동굴 속에서 영국인 6명을 구출하는 등 여러 공로로 2012년 대영제국훈장을 받았다. 현직 정보기술(IT) 컨설턴트인 볼랜선 역시 스탠턴과 함께 짝을 이뤄 활동하면서 2010년 프랑스에서 죽어가던 다이버를 구출한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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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에선 5일 산소 부족으로 사망한 태국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출신의 사만 꾸난(37)에 대한 추모 열기도 뜨겁다. 그는 현직 공항 보안 직원으로 부인과 자식들도 있는 몸이지만 구조 작업 소식에 스스로 자원했다가 변을 당했다.
주성하 zsh75@donga.com·전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