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화면 캡처
“회장님을 뵙는 날, 자꾸만 떨리는 마음에 밤잠을 설쳤었죠.”
“이제야 회장님께 감사하단 말 대신 한송이 빨간 장미를 두 손 모아 드려요.”
“새빨간 장미만큼 회장님 사랑해. 가슴이 터질 듯한 이 마음 아는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73)이 매월 한 차례 서울 강서구 오쇠동 아시아나항공 본사의 승무원 교육동을 방문할 시 승무원 교육생들이 율동과 함께 불렀다는 노래의 가사 내용이다. 1990년대 초반 히트곡인 신인수의 ‘장미의 미소’를 개사했다.
아시아나 승무원 A 씨는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회장님의 입맛에 맞게 노래를 개사하고 ‘너는 울고 너는 안기고 너희는 달려가서 팔짱끼어라’ 주문들을 들었다.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승무원 개개인 별로 역할이 주어졌다는 것.
A 씨는 자신이 직접 겪은 내용임을 강조하며 “회장님이 들어오면 교관들부터 눈물을 흘린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어떻게 저희가 멀뚱멀뚱 가만히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그는 박 회장이 방문할 시 각 승무원 교육생이 할 행동과 멘트 등을 사전에 정해 연습한다고 주장했다.
A 씨는 “회장님이 들어오시기 전 3~4명 정도를 골라서 회장님이 복도에서 걸어오실 때 달려가서 반기는 역할을 정한다. 누구는 왼쪽 팔짱, 누구는 오른쪽 팔짱을 끼고 딱 붙어서 모셔오라고 한다”며 “‘회장님 이제 오셨습니까’, ‘회장님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기다리느라 힘들었습니다’ 등등 이런 멘트들을 하면서 모셔오면 회장님을 가운데 끼고 삥 둘러서서 기수와, 이름 등 준비했던 멘트를 한다”고 말했다.
A 씨는 ‘회장님 보고 싶어서 밤잠을 설쳤습니다’, ‘어젯밤 꿈에 회장님이 나오실 정도였습니다’, ‘회장님 사랑합니다’ 등의 멘트가 중복되지 않도록 사전에 교관 앞에서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제가 듣고 보고 제 앞에 있는 동기한테 하는 말 이런 것만 지금 말씀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에 진행자는 “독재국가에서 독재자한테 기쁨조가 하는 행동을 연상케한다”고 충격을 드러냈다.
A 씨는 아시아나의 거의 모든 승무원들이 겪은 관습과도 같다며, ‘자발적 행사’라는 아시아나 측의 해명에 대해 “갓 입사해서 엄청난 양들을 배우는 과정에서 그 와중에 회장님이 오신다고 ‘노래를 불러드리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 과연 나올 수 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이 같은 지시를 거부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처음에는 인턴으로 계약직 입사를 하게 된다. 1년 동안 계약기간 지나고 그때 소장님의 심사로 정직원으로 전환이 되는 시스템인데 그런 와중에 ‘저는 못 하겠다’, ‘저는 안 하겠다’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A 씨는 이번 ‘기내식 대란’ 사태와 관련, “근무를 하면서 정말 사소한 실수로 인해 손님에게 컴플레인이 올 경우 그 담당 승무원이나 담당 중 한 명이 꼭 책임을 져야 한다. 소위 말해 쥐 잡듯이 잡는다”며 “이 기내식 대란으로 인해 손님들과 승무원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는데 누구 하나 책임을 지는 사람이 없다. 너무 다른 이중 잣대”라고 비판했다.
이어 “떠넘기기 감추기에 급급한 대응 말고 인정할 건 인정하고 제자리로 돌려줬으면 한다”며 “사실 요구할 점과 개선되었으면 할 점이 굉장히 많은데 정말 많은데 일단 해결책과 저희가 당당하게 서비스할 수 있을 정도까지 만이라도 돌려주셨으면 좋겠다”고 호소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