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伊 난민봉쇄 ‘풍선효과’… 모로코~스페인 루트 뜬다

입력 | 2018-07-09 03:00:00

스페인 親난민 좌파정권 출범 이후 6월에만 보트피플 6000명 수용
모로코 국경 철조망 철거도 추진




아프리카 기니에 사는 우마르 디알로는 리비아를 통해 이탈리아로 들어가려던 계획을 수정해 모로코를 거쳐 스페인으로 향하기로 했다. 프로롤러스케이트 선수가 꿈인 디알로는 7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리비아∼이탈리아행을 시도했지만 내 친구가 리비아에서 총에 맞아 죽었고 건너는 루트 또한 위험해졌다”며 “전에 모로코 국경 펜스를 넘다가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지만 그래도 모로코를 거쳐 스페인으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유럽으로 향하는 루트는 △터키∼그리스 루트 △리비아∼이탈리아 루트 △모로코∼스페인 루트 등 크게 3개다. 2015∼2016년 수십만 명이 그리스와 이탈리아를 통해 들어왔다. 하지만 터키가 유럽연합(EU)으로부터 돈을 지원받고 난민을 자국에 머무르게 하는 일이 늘어나고, 이탈리아 인근 지중해 국경 감시가 심해지면서 그 수는 급감했다. 그러나 모로코를 거쳐 스페인으로 들어오는 난민 수는 최근 3년간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 들어 그 추세는 더 뚜렷해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지난달 이탈리아에 반난민 성향의 포퓰리즘 정권이, 스페인에 친난민 성향의 좌파 정권이 각각 들어서면서 모로코∼스페인 루트는 더욱 난민들의 타깃이 되고 있다. EU 역외 국경담당 기구인 프론텍스의 파브리스 레제리 국장은 6일 독일 일간지 디벨트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가장 큰 우려사항이 뭐냐고 묻는다면 스페인이라고 답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지난 한 달 동안에만 난민 희망자 6000명이 스페인에 도착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한 달 동안 스페인은 이탈리아가 입항을 거부한 두 척의 난민선도 모두 받아들였다. 이번 주 이탈리아, 독일, 오스트리아 내무장관이 모여 북아프리카∼이탈리아 지중해 난민 루트를 폐쇄하려는 움직임과는 정반대로 스페인 정부는 모로코 국경에 있는 철조망 철거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EU는 스페인의 지나친 유화정책으로 난민 관리에 구멍이 뚫릴까봐 걱정하고 있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말 정상회의 때도 스페인 정상에게 “지원을 해줄 테니 난민 관리를 잘해 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난민이 몰리는 여름이 본격화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호세프 보렐 스페인 외교장관은 “여름을 맞아 보트를 타고 스페인으로 건너오는 난민의 수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모로코뿐 아니라 알제리 등 다른 북아프리카 국가, 나아가 스리랑카와 파키스탄 등 아시아에서도 난민 희망자들이 이베리아반도 남단의 지브롤터로 계속 몰려들고 있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