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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미안해”…하석주-차범근, 20년만에 ‘눈물의 재회’

입력 | 2018-07-06 08:02:00

사진=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 캡처


차범근 전 축구 국가대표 감독(65)과 하석주 아주대 감독(50)이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 20년 만에 눈물의 재회를 했다.

5일 방송된 SBS ‘김어준의 블랙하우스’에서는 ‘이래서 월드컵’ 특집이 마련돼 차범근 전 감독, 최용수 전 FC서울 감독, 독일 출신 방송인 니콜라스 클라분데가 출연해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분석했다.

이날 방송에서 차 전 감독은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을 향한 악플에 대해 “비난 받을 수 있다. 섭섭하니까. 축구를 사랑하다 보니까. 독일 전 이기고 났을 때 락커 룸에 갔는데 고통을 받은 사람일수록 오래 안고 우는데 나도 정말 그 기분이 그대로 느껴져서 너무 많이 울었다. 고맙기도 하고 대견하기도 하고 이런 경기를 통해서 위로가 됐을 것 같은… 눈물이 많이 났다”고 전했다.

이를 듣던 김어준이 “20년 전 감독님이 풀지 못한 아픔이 풀린 것 같은 거였냐?”고 묻자 차 전 감독은 “다 풀린 건 아니지만 난 그렇게 끝났지만 우리 선수들은 결과를 얻어냈지 않냐. 이게 다른 거다. 그게 사건이다”라고 답했다.

김어준은 “98년 아픔을 그렇게 정리를 하신 셈인데 아직 아픔을 풀지 못한 사람이 있다”고 언급했고, 하석주 감독이 스튜디오에 등장했다.

하 감독이 모습을 드러내자 차 전 감독은 깜짝 놀란 듯 했지만 이내 하 감독을 끌어안았다. 하 감독은 눈물을 흘리며 연신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차 전 감독 역시 눈물을 글썽이며 “왜 이렇게 마음에 두고 사냐.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인데. 축구 하루 이틀 하는 것도 아닌데”라며 “98년에 나만 힘든 게 아니고 하석주 감독도 힘들었다”고 그를 위로 했다.

두 사람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당시 감독과 선수로 만났다. 당시 ‘왼발의 달인’으로 통하던 하 감독은 조별리그 멕시코와의 1차전에서 우리나라 월드컵 사상 첫 선제골을 기록했으나 불과 몇 분 뒤 무리한 백태클로 퇴장당하며 역전패의 빌미를 제공했다. 대표팀은 2차전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이 이끄는 네덜란드에 0-5로 참패해 2연패로 일찌감치 예선 탈락이 확정됐고, 당시 지휘봉을 쥐고 있던 차범근은 대회 도중 경질됐다.

하 감독은 “두 번의 기회가 있었다. 눈이 나쁜데 감독님은 눈에 확 들어오더라. 감독님 나오시면 도망갔다. 겁이 나더라. 1-2년 지나니 소식만 듣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퇴장 당하고 나서 너무나 큰일들이 순식간에 일어났다. 나는 비판을 받아도 되는데 감독님은 만약 그때 그런 상황이 아니었으면 지금도 대표팀 감독이었을 것이다. 그러고 나서 감독님한테 죄송하다 말 한 마디 못하고, 1~2년 지나고 지나가다 만날 까봐”라고 털어놨다.

이에 차 전 감독은 “미안해. 미안해. 그럴 줄 알았다면 불러서 이야기를 했을 텐데. 경기장에서 그런 경우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고 하 감독을 토닥였다.

하 감독은 이날 국가대표 선수들을 향한 무분별한 악플에 안타까운 마음을 전하기도 했다. 그는 “나는 붕어랑도 얘기하고 벽보고 얘기했다. 사람들을 못 만나니까. 언론에서는 대인기피증처럼… 그게 한이 됐다. 나도 월드컵 경기를 봤지 않냐. 일본과 콜롬비아 경기 봤는데 콜롬비아 선수가 전반 3분만에 퇴장 당하지 않았냐. 일본이 이기면서 신변의 위험 느낀다고 기사가 나오지 않았냐. 나도 그럴 수 있는 목숨이었다. 비판 받은 심정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차 전 감독 역시 “98년때 사건을 보면서 마음 속에 있는게 참 많다. 한 선수가 성장을 하고 스타가 되는 것은 팬들의 칭찬과 비판이 절대적이다. 그래서 다 나쁘다 할 수 없다. 지나고 보면 도움이 된다”면서 “언제 하는가가 중요하다. 장현수 선수 같은 경우도 부정적인 여론을 조장하는 것, 가족들을 끌어들여서 선수들을 힘들게 하는 것 그런 것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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