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기 산업 육성 위한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 내년까지 임상시험 시설 세우고 환자 빅데이터 플랫폼 도입 추진 혁신형 의료기기 기업 지원 늘려 관련 일자리 6만 개 이상으로 확대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이 4일 강원 원주시 원주의료기기테크노밸리에서 열린 바이오헬스 발전전략 민관회의에서 “인공지능 등 혁신 기술을 활용한 의료기기 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규제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왼쪽)은 이 자리에서 의료기기 산업 육성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주=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 의료기기 시장, 3년 내 500조 원 규모로
이번 대책은 AI와 로봇, 3차원(3D) 프린팅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접목한 의료기기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마련됐다. 시장 조사기관 BMI 에스피콤에 따르면 세계 의료기기 시장 규모는 지난해 3588억 달러(약 401조 원)에서 2021년 4458억 달러(약 498조 원)로 연평균 5.6%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의 의료기기 교역 규모도 2013년 5조3667억 원에서 지난해 7조1295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은 인구가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어 혁신기술을 도입한 의료기기의 개발이 더 시급하다. 나이 든 만성질환자의 증가 속도를 전통적인 방식의 의술과 기존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사 장기 기증자와 젊은 헌혈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이라서 인공 장기, 인공 혈액도 서둘러 개발해야 한다.
○ 임상시험에 환자 5000만 명분 빅데이터 제공
산업부는 의료기기 개발 단계에서 해외 시험기관을 찾아가 시험성적서를 받아야 하는 부담을 줄이기 위해 2020년까지 대구에 선진국 수준의 의료기기 소프트웨어 시험평가 시설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또 심박이나 혈당 등을 수시로 측정해 건강관리를 할 수 있는 모바일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할 경우 모든 과정을 지원해 주는 별도 연구소 ‘오픈 랩’을 2023년까지 원주시에 연다.
기업들이 임상시험 때 공용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환자 5000만 명 규모의 ‘바이오헬스 빅데이터 플랫폼’도 2020년 도입한다. AI 의료기기가 제 역할을 하려면 질환 한 개당 수만∼수십만 명의 환자 정보를 토대로 딥러닝(자가학습)을 해야 하는데, 현재 민간기업이 이 정보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다. 다만 개인정보 유출을 막기 위해 자료는 지금처럼 각 병원에 두고 기업엔 통계적 분석 결과만 제공한다.
백운규 산업부 장관은 “혁신성장의 속도는 ‘시간÷규제’라고 할 정도로 빠른 시간 내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는 게 중요하다”며 “우리 의료기기 업체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걸림돌을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선(先)해결 후(後)개발 착수’ 방식을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 “의료기기 분야 일자리 6만 개로”
정부는 규제 개혁과 기업 지원을 통해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을 촉진하면 3년 내 국산 3D 치과 진단기기, 초음파 영상 AI 분석 기기, AI 재활 로봇 등을 시장에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해 기준 5만7595개였던 의료기기 업계 일자리를 6만 개 이상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회의에 참석한 병원 및 의료기기 업체 관계자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정선 한국바이오협회장은 “글로벌 무한경쟁 환경에서 우리 기업이 아이디어를 마음껏 구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원주=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