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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깨달음 “아이와의 책읽기는 교감”

입력 | 2018-07-05 03:00:00

아빠의 행복한 놀이교육




김태규 씨(35)가 큰딸 꽃송이 양(5)과 수영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태규 씨 제공

“여보, 혹시 나한테 무슨 냄새 나?”

큰딸 꽃송이(5)는 ‘엄마 껌딱지’였다. 내가 쳐다보기만 해도 울음을 터뜨려 진지하게 이런 고민까지 했다. 딸의 육아는 언제나 아내의 몫이었다. 딸이 아빠를 싫어한다는 걸 핑계 삼아 육아 불참을 합리화했던 난 ‘이름만 아빠’였다.

‘왜 아빠를 싫어할까?’ 한동안 난 그 이유가 아이의 성격 때문이라고 여겼다. 아이에 대한 ‘관심’과 아빠로서의 ‘노력’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좀처럼 생각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라며 스스로 위로했지만 아이는 점점 더 아빠를 싫어했다. 곰곰이 그동안 아빠로서 지낸 시간을 되돌아보게 됐다.

꽃송이가 무슨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로션을 써야 하고, 어떻게 안아줘야 잠을 자는지…. 난 아이에 대해 모르는 게 너무 많았다. 그러면서 아무 노력도 하지 않고 아이 성격만 탓했던 게 너무 부끄러웠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에 우선 딸과 가까워지는 방법부터 찾았다.

“이 느림보 거북아, 넌 정말 느리구나. 나랑 경주해 보자!” 과장된 표현과 온몸을 사용하는 큰 몸동작, 다양하게 변하는 목소리로 혼자서 동화책을 읽었다. 가까이 오지도 못하게 하는 꽃송이를 붙잡고 책을 같이 읽자고 할 수 없어 궁여지책으로 짜낸 아이디어였다. 당연히 처음에는 아이가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하지만 아빠의 과장된 책읽기가 매일 반복되자 아이가 조금씩 호기심을 보이며 주변을 기웃거렸다. 자연스럽게 거리가 가까워졌고, 어느새 내 옆에서 책 읽는 아빠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즐거워하고 있는 꽃송이를 볼 수 있었다.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자 요즘에는 꽃송이가 책은 무조건 아빠한테 가져온다.

책 읽기가 아이의 학습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난 이보다 아이와 교감을 쌓는 데 집중했다. 책 내용을 알려주려고 책 속 글자를 다 읽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나도 모르게 책을 빨리 읽게 된다. 마치 숙제를 끝낸 것처럼 책을 다 읽어준 아빠는 ‘이젠 아이가 나를 좋아해주겠지’라며 내심 아이의 반응을 기대하게 한다. 정작 아이는 책 속 그림을 다 보지도 못했고 다음 장으로 빨리빨리 넘어가는 책읽기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는데도 말이다.

아이와 책 읽는 시간은 즐거워야 한다. 아이와 교감하며 함께 즐겨야 한다. 적어도 아이와 책 읽는 시간에는 주변에 스마트폰, TV 리모컨과 같은 방해물 없이 서로의 목소리에 집중하며 같은 곳을 바라봤으면 좋겠다. 그 시간 동안 아이와 교감하며 함께 즐겼다면 아이에게 이보다 더 훌륭한 교육은 없을 것이다.

김태규 씨(32·서울 성동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