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부터 1박2일 3차 방북
6일부터 이틀간 진행될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세 번째 평양행은 시작부터 기존과 달랐다. ‘007작전’을 방불케 했던 예전과는 다르게 백악관과 국무부가 먼저 밝혔다. 그만큼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CVID를 공동성명에 담지 못했던 백악관이 이번엔 구체적인 ‘비핵화 성과물’을 꼭 챙기겠다는 의지와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는 것이다.
○ ‘비핵화 로드맵’ 최신판 들고 평양 가는 폼페이오
북-미 회담 후 20여 일이 흘렀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비핵화 성과를 아직 내놓지 못한 채 오히려 북한에 휘둘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군 유해 송환이 이미 이뤄졌다고 잘못 발표하며 여론은 더 악화되고 있는 상황.
결국 북한의 ‘생명줄’인 핵은 김정은-트럼프 간 직접 소통으로만 진척될 수 있다는 게 지배적인 견해다. 워싱턴의 다른 소식통은 “과거 북-미 협상과 달리 정상회담을 거친 만큼 트럼프와 김정은이 결단해야 협상이 진행될 수 있는 환경이다. 이 때문에 폼페이오 장관이 북한에 거듭 방북 의사를 밝혔고, 국무부가 심지어 방북 가능성을 언론에 흘려 북한을 압박하는 전술을 쓴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폼페이오가 북-미 정상회담 이후 트럼프가 수정한 ‘비핵화 로드맵’ 최신 버전을 들고 가 김정은을 설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한 외교 소식통은 “트럼프가 다시 김정은을 압박하며 소정의 비핵화 성과를 도출하려 애를 쓸 것”이라고 말했다.
○ 조급한 미국, 한일에 묻지도 않고 회의 날짜 통보
비핵화 로드맵을 빨리 만들어내야 한다는 백악관의 조바심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미 국무부가 7, 8일 폼페이오 장관이 일본 도쿄를 방문해 한미일 3자 협의를 한다고 3일 밝혔지만,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일본과도 충분히 논의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개해 일정 조율에 애를 먹고 있는 형국이다. 이 시기는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인도, 싱가포르 순방을 떠나는 날짜와 겹친다. 사정을 잘 아는 당국자는 “미국과 일정을 협의 중이다. 상의 없이 미측에서 일방적으로 발표해 당황했다”며 “물리적으로 가지 못할 경우 전화로 결과를 공유받거나 대신해서 누군가가 갈 수도 있지만 순방 수행을 조정해서라도 되도록이면 도쿄행을 추진 중”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강 장관의 일정을 확인하지 못한 상황에서 외교장관 회담이라고 못 박지 않고 ‘한일 지도부(leaders)’로 표시한 만큼 미측에서도 배려했다고 봐야 한다”면서도 사전에 완벽히 만남 시간표를 주고받지 못한 것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일본 외무성 또한 강 장관의 거취를 물어오며 미측과 일정 조율에 나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 워싱턴=박정훈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