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10, 20대 인증샷에 먹방 품평까지 방탄소년단 등 케이팝 부활도 영향… 주말 한 가게서 2000개 팔리기도 혐한시위 상처 딛고 제 2전성기
1일 낮 일본 도쿄 신오쿠보에서 일본 여성들이 치즈핫도그를 먹고 있다. 신오쿠보는 최근 치즈닭갈비에 이어 치즈핫도그가 인기를 얻으며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 도쿄=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 하라주쿠(原宿)→신오쿠보 ‘턴(Turn)’한 10, 20대
핫도그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부터다. 작년 말 무렵만 해도 한 곳뿐이었던 신오쿠보의 핫도그 전문점은 최근 8곳까지 늘었다.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한 가게에서는 주말이면 핫도그가 2000개까지 팔린다. 호떡이나 호두과자를 팔던 가게들도 주력 상품을 핫도그로 바꿨다.
신오쿠보의 인기 음식은 한류 열풍과 맞물리면서 나타났다. 드라마 ‘겨울연가’ 등이 인기를 끌었던 2004년 삼겹살을 시작으로 막걸리(2007년), 호떡(2009년), 삼계탕(2011년)을 거쳐 지난해 치즈닭갈비까지 이어졌다. 핫도그 역시 최근 한류가 다시 일면서 인기가 많아지고 있다. 신오쿠보에서 핫도그 가게를 운영하는 박영규 씨는 “방탄소년단, 트와이스 등 케이팝에 관심이 많은 10, 20대들은 지갑이 얇은 학생들이 대부분인데 핫도그는 이들이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라고 말했다. 핫도그 한 개 값은 300∼450엔(약 3000∼4500원)이다.
○ 지하철 이용객도 역대 최다
몇 년 전만 해도 일본의 10, 20대 여성들은 주로 하라주쿠에서 크레페를 즐겨 먹었다. 하지만 지금은 치즈핫도그를 먹기 위해 신오쿠보의 한인타운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이 같은 핫도그 인기를 반영하듯 지난달엔 하라주쿠에도 핫도그 가게가 생겼다.
반한(反韓) 감정, 헤이트 스피치(특정 인종에 대한 혐오 발언)로 위기를 맞았던 신오쿠보는 치즈닭갈비, 핫도그 등의 인기로 전성기를 맞고 있다. 이 지역의 JR 신오쿠보역을 포함해 인근 역의 하루 승차 이용객 수는 약 11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도쿄도는 좁은 인도와 차도 폭을 넓히려는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오영석 신주쿠 한국상인연합회 회장은 “신오쿠보의 전성기를 이어가기 위해 한류스타 거리를 만들고 랜드마크 동상도 세울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도쿄=김범석 특파원 bsis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