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修 오브라도르 압승 부패-범죄 우파정권에 국민 염증… “모든 비리 추방하겠다” 당선 일성 민족주의 성향에 멕시코 이익 우선… “미국과 대등한 관계 정립” 공언 NAFTA 재협상-이민 등 충돌 예고
뿌리 깊은 부패, 일상화한 강력범죄에 대한 멕시코 국민의 분노가 89년이나 이어진 우파 집권기를 끝냈다.
멕시코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1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중도 좌파 성향의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후보(65)가 득표율 53.8%로 압승을 거뒀다. 집권당인 중도 우파 제도혁명당(PRI)의 호세 안토니오 미드 후보는 16%에 그쳤다.
2006년 이후 세 번째로 대권에 도전한 오브라도르는 당선 확실 소식을 전해들은 뒤 방송 인터뷰에서 “국민의 지지에 감사를 전한다. 나의 가장 중요한 공약은 국민 통합을 이루고 부패와 비리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멕시코에서 모든 비리를 추방하겠다”고 말했다. 경쟁에 나섰던 다른 후보들은 출구조사 발표 직후 패배를 인정했다.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도 정권 이양에 협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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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브라도르는 부정부패 척결, 공공안전부 설립, 군대의 치안 기능 폐지, 독립 검찰청 설립,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 추진 등 ‘멕시코 국민의 이익’에 초점을 맞춘 공약을 내걸었다. 대통령에 당선되면 자신의 급여를 절반으로 줄이고 대통령궁 대신 자택에 거주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지지를 얻은 오브라도르가 얼마만큼 실질적 성과를 낼지는 의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하급 공무원 급여 인상, 청년 교육 강화, 노인연금 증액 정책 등에 필요한 자금을 “부패 척결로 확보하게 될 수백억 달러의 예산에서 얻겠다”는 그의 장담을 비판하는 전문가가 적지 않다.
민족우선주의 성향과 거침없는 언사로 인해 ‘멕시코의 좌파 트럼프’로 불리는 오브라도르는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정립하겠다”고 공언했다. 급한 성격에 정적(政敵)을 잔인하게 닦아세우길 즐기고 언론을 의심하는 성향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흡사하다. 무역, 이민, 국경 장벽 문제 등을 놓고 트럼프 대통령과 빈번히 충돌하리라는 전망이 나온다. 일단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함께 만나 일할 날을 고대한다. 양국의 이익을 위해 할 일이 많다”며 오브라도르의 당선을 축하했다.
한편 대선 총선 지방선거 등 멕시코 사상 최대 규모의 선거가 동시에 치러진 이날 야당 관계자가 괴한 총격에 살해되는 사건이 벌어져 불안한 민생과 치안 상황을 드러냈다. 중서부 미초아칸주 콘테펙에서 오전 6시경 PT 여성당원 플로라 레센디스 곤살레스가 자택에서 피살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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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sohn@donga.com·전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