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쿠아 디 파르마의 ‘미르토 디 파나레아’. 이탈리아 지중해의 향기를 담고 있다.
남성 향수라고해서 모두 강하게 코를 자극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강하기만 한 향은 ‘아재’ 느낌이라며 배척당한 지 오래. 최근에는 남성들 사이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쓰지 않는 독특한 향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틈새를 파고든 ‘니치(niche)’ 향수가 새롭게 각광을 받고 있다. 여행지에서 혹은 여름날 무더위에도 잘 어울릴 남성 향수들을 소개한다.
루이비통 남성 오드 퍼퓸 컬렉션의 쉬르 라 루트
올여름 향수 마니아들의 관심을 끄는 제품 중에 루이비통이 있다. 루이비통은 5월 남성 오드 퍼퓸 향수를 공개했다. 1927년 처음 향수 제품을 공개한 뒤 사업을 접었던 루이비통은 2016년 여성 라인을 시작으로 향수 신제품을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번 남성 향수 컬렉션은 2년 만에 루이비통이 내놓은 향수 신제품이다.
5가지 향으로 이뤄진 루이비통의 남성 향수 컬렉션은 수석 조향사 자크 카발리에 벨트뤼가 천연 원재료를 찾아 만든 것들이다. 우선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띈다. 리멍시테(L’Immensit´e·광대함), 누보 몽드(Nouveau Monde·새로운 세계), 오라주(Orage·폭풍), 쉬르 라 루트(Sur la Route·길 위에서), 오 아자르(Au Hasard·우연히)가 향수마다 붙은 이름들이다.
리멍시테는 자몽 특유의 쌉싸름함을 생강, 라다넘(지중해 지역에서 자라는 관목 중 하나인 시스투스에서 채취한 수지액) 향료, 암브록산과 조합했다. 이산화탄소 추출 기법으로 생강향의 톡 쏘는 느낌이 여름과 잘 어울린다. 누보 몽드는 매우 이국적인 향이다. 코트디부아르의 천연 코코아 수지 물질에 방글라데시의 우드 아삼의 향을 더해 중성적이면서도 오묘한 향이 난다.
오라주는 10여 개의 최고급 원재료만 선정해 조합을 최소화한 향수다. 아이리스의 우아한 향에 파촐리 하트에서 분리한 잎의 향취를 더했다. 처음엔 대지와 식물의 느낌이 나지만 시간이 흐르면 머스크향이 오래도록 남는다. 쉬르 라 루트는 여름철과 잘 어울리는 시트러스에 시더 향을 결합한 향수다. 페루산 발삼을 더했으며 핑크 페퍼콘과 넛메그의 진한 향이 더해져 기묘하면서도 중독성이 있는 향이다. 오 아자르는 스리랑카의 샌들우드 향에 과실향과 머스크향을 머금은 암브레트 씨앗의 향을 접목해 밝은 기운을 잘 표현했다.
지중해 알프스…여행지 감성을 담은 향수들
여름엔 달콤한 꽃향기보단 상쾌한 느낌의 아쿠아향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 그럴 때 생각나는 브랜드가 아쿠아 디 파르마다. 아쿠아 디 파르마의 ‘미르토 디 파나레아 오 드 투알레트(MIRTO DI PANAREA EDT)’는 상쾌한 지중해의 푸른 바다 향을 연상케 한다. 이름을 직역하면 ‘파나레아섬의 은매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에서 멀리 떨어진 섬 파나레아는 지중해 관목식물의 천국이다. 미르토(은매화)는 이 섬에서 자라는 허브의 일종이다.
미르토 디 파나레아는 활기 넘치는 바질의 향과 레몬, 베르가모트, 재스민, 장미 등이 합쳐져 조화로운 향을 이룬다. 언제 어디서나 향으로 이탈리아 지중해를 떠올릴 수 있게 한다. 가격은 75mL 기준 14만5000원, 150mL 19만 5000원.
딥티크의 탐다오 오드 퍼퓸
톰포드 뷰티의 만다리노 디 아말피 아쿠아
이 향수는 부드러운 플로럴(Floral) 노트로 시작해 통카콩, 앰버 향의 조화가 느껴지는 제품이다. 생각지 못한 향끼리 만들어내는 향이 톰포드만의 관능적인 센슈얼리티(Sensuality)를 표현한다. 가격은 50mL 기준 38만 5000원.
이달 출시한 ‘만다리노 디 아말피 아쿠아(MANDARINO DI AMALFI AQUA)’는 남녀가 공용으로 즐길 수 있는 아쿠아 계열의 향수다. 시트러스 아로마틱 계열의 향으로 이탈리아 동쪽 해변에서 자라는 타라곤, 스피어민트, 블랙커런트 허브의 향이 조화를 이뤘다. 잔잔한 플로럴 노트와 함께 청명한 시소 잎의 향이 여름밤과 잘 어울린다. 가격은 50mL 기준 16만6000원, 100mL 23만8000원.
크리드의 어벤투스
크리드의 ‘실버 마운틴 워터(SILVER MOUNTAIN WATER)’는 알프스 산맥의 웅장한 기운에서 영감을 받은 향수로 유명하다. 베르가모트와 네롤리를 통한 상큼함에 짭짤한 바다의 향과 블랙커런트 향을 조화한 것이 특징이다. 가격은 50mL 33만8000원, 100mL 44만3000원.
조 말론의 ‘우드 세이지&씨 솔트(Wood sage & Sea salt)’는 영국 바다의 향기를 담았다. 세이지의 나무와 같은 흙냄새에 소금기를 머금은 바다 공기의 향을 더했다. 대지와 바다의 향이 조화를 이루고 있는 향수다. 이 제품은 콜로뉴(cologne) 제품으로 향수보다 농도가 낮아 더 산뜻한 향을 낸다. 땀이 많이 나는 더운 여름날 샤워 직후 뿌려주면 은은하게 향이 퍼진다. 가격은 30mL 기준 9만2000원, 100mL 18만4000원.
박은서 기자 clu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