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력사 매각-공시점검 이어 압박… “총수 일가 지분 낮춰 꼼수 거래” 상장사 지분 기준 30%→20% 추진 재계 “기업 경영 지나치게 위축… 결국 투자 감소로 일자리 줄것”
재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재벌개혁 정책을 강화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이 더욱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 공정위 “일감 몰아주기 규제 강화할 것”
공정위는 총수 일가 지분이 20% 이상, 30% 미만인 상장사의 내부거래 규모는 지난해 6조5000억 원으로 전체 거래의 7.1%였다고 밝혔다. 도입 직후인 2014년 5조8000억 원(5.3%)보다 늘어난 수치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총수 일가 사익편취 규제를 받는 계열사의 지분 기준을 상장사, 비상장사 구분 없이 모두 20%로 통일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공정거래법제 개선 특별위원회와 추가 논의를 한 뒤 새로운 규제 기준을 확정할 방침이다. 총수 일가가 간접 지배하는 회사에 대한 내부거래 규정도 개선안에 포함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김상조표 재벌개혁 본격화
김 위원장은 그동안 일감 몰아주기의 근절을 현 정부가 추진하는 재벌개혁의 중심에 있다고 강조해왔다. 대기업들이 일감 몰아주기를 통해 오너 일가의 지분이 많은 특정 계열사에 이익을 몰아주고 대주주 일가는 이 이익을 활용해 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김 위원장의 시각이다. 공정위의 핵심 간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개혁의 신호탄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공정경제 분야에서 김 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주고, 여당도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두자 발언 강도는 더욱 세졌다. 이달 14일 기자간담회에서는 “비주력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고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위의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발언은 최근 잇달아 발표한 공정위의 대기업 관련 실태조사 및 규제 강화 예고에 대한 포석이었다. 재벌개혁 최전선에 있는 기업집단국은 24일 대기업 전체 계열사를 대상으로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비상장사 중요 공시 등을 제대로 확인하는지 점검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25일에는 대기업 내부거래 실태조사 결과를 내놓으며 재벌개혁 방향을 분명히 했다. 다음 달에는 대기업 공익법인 실태조사 결과 발표가 기다리고 있다.
○ 촉각 곤두세우는 재계
김 위원장이 재벌개혁의 기치를 높이자 재계에서는 김 위원장이 개인적인 철학을 앞세워 재벌개혁 정책을 좌지우지하면서 기업들의 경영을 지나치게 위축시키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움츠러들 수밖에 없고 국내 투자와 일자리는 해외로 나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압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며 “처음에는 소프트하게 갔다가 점점 (김 위원장) 본인 철학에 따라 칼을 빼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다른 재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생각 기저에 깔린 것은 재벌 불신이 아닌지 우려된다”며 “지배구조는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닌데, 옳지 않다고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세종=김준일 jikim@donga.com / 이은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