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매제한 해제에도 거래 잠잠
경희궁 롯데캐슬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잠잠하다. 최근 서울 아파트 분양권 시장 분위기다. 서울 종로구 무약동 ‘경희궁 롯데캐슬’ 인근 태영공인중개사무소 박기회 대표는 “양도세 부담에 매물이 나오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달 분양권 전매제한이 풀린 이 단지는 지난해 12월 청약 당시 11·3 대책 이후 가장 높은 경쟁률인 평균 43 대 1로 마감됐던 곳이다. 인근 다른 중개업소 관계자는 “청약 직후에는 전매제한 해제에 맞춰 매물을 찜해달라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문의가 거의 없다”고 귀띔했다.
서울 분양권 시장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힌 건 양도소득세율 인상이다. 보유 기간에 따라 6∼40% 차등적용되던 분양권 양도세율이 올해 1월부터는 일괄 50%로 올라갔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538건이었던 서울 분양권 거래량은 1월 153건으로 급락했다. 이후로도 꾸준히 줄어 4월(85건)에는 두 자릿수로 떨어졌다. 단기간 급등한 가격도 시장을 얼어붙게 한 원인이다. 13일 전매제한이 풀린 마포구 대흥동 ‘신촌그랑자이’에는 벌써 3억 원가량 프리미엄(전용면적 59m² 기준)이 붙었다. 경희궁 롯데캐슬의 경우 인근 ‘경희궁 자이’ 가격이 급등하면서 전용 84m² 호가가 12억5000만 원까지 뛰었다. 마포구 대흥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다주택자가 아닌 집주인들은 양도세를 50% 내느니 차라리 입주 후에 팔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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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보유세가 부담스럽더라도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마냥 호가를 낮추지는 않을 것”이라며 “매물이 나온다고 해도 거래가 되지 않는 현재의 침체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한편 보유세제 개편을 앞두고 일반 아파트 시장도 숨을 죽이고 있다. 당장 급매물 거래가 이뤄지거나 호가를 내리는 등의 움직임은 없지만 눈치를 살피는 모양새다. 서울 강동구 강동명문공인 조성귀 대표는 “그렇지 않아도 사겠다는 사람을 찾기 쉽지 않은 상황에 보유세가 오르면 더 팔기 힘들어질까봐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강동구는 최근 강남3구(강남, 서초, 송파)의 집값이 꾸준히 하락하는 가운데 3주 연속 ‘나홀로’ 상승세를 보인 곳이다. 강남구 대치동의 E공인 관계자는 “최종 개편안에 따라 집을 팔지, 계속 갖고 있을지를 결정하겠다는 분위기”라고 했다.
강성휘 기자 yol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