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서 가장 ‘핫’한 김금희, 첫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 출간
김금희 작가의 신작 ‘경애의 마음’에서 미싱업체에서 일하는 두 주인공은 오토바이가 도로에 가득한 베트남으로 파견을 간다. 김 작가는 “사양산업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삶의 여러 면을 보여주는 데 적합할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그런 그가 처음으로 장편소설 ‘경애의 마음’(창비)을 펴냈다. 첫 장편치고는 제법 두툼한 원고지 1300장 분량. 19일 서울 마포구 창비 서교사옥에서 만난 김 씨는 “인물 내면 심리묘사를 깊고 자세하게 하려는 욕심을 내다 보니 생각보다 좀 긴 소설이 됐다”며 웃어 보였다. 계간지 연재 뒤 보완해 2년간 다듬은 소설에 벌써부터 평단의 호평이 쏟아진다.
소설은 사양산업이 된 ‘미싱(재봉틀)’ 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전직 국회의원인 아버지 끈으로 입사한 뒤 팀장이 된 공상수와 그 밑에 유일한 팀원으로 들어온 박경애가 주인공이다. 팀장과 팀원으로 만났지만, 이들에겐 보이지 않는 연결고리가 있다. 상수는 퇴근 후 남몰래 연애상담 페이지를 운영하는데, 연인과 이별한 경애와 서로의 존재를 모른 채 온라인에서 매일 답신을 교환한다. 두 사람은 화재 사건으로 소중한 친구를 잃은 같은 아픔도 가지고 있다. 이런 공통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진다.
그는 “이런저런 상처에서 걸어 나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특히 ‘인물이 남는 소설’을 쓰는 데 공을 들였다. 웃을 수도 울 수도 없는 현실의 결, 복잡다단한 한 사람의 내면을 살리기 위해 그가 발붙이고 선 곳, 주변 환경, 내력까지 면밀히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게 작가의 습관이다.
김 씨는 “카페든 식당이든 누군가의 대화가 들리면 절로 몸이 그쪽으로 기울어 별명이 ‘미어캣’일 정도로 주변 일에 흥미가 많다”고 말했다. 가장 반가운 독자 반응도 ‘내 이야기 같았다’는 말이라고 했다. “내가 만든 세계, 그 인물이 이해받고 전달됐다는 걸 알게 된 셈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서른이 되던 해인 2009년 등단한 뒤 소설집 두 권을 펴낸 그에게 이 장편은 세 번째 작품이다. 긴 호흡으로 소설을 쓴 게 처음이었던 그는 “마치 첫 책을 내는 것처럼 무척 긴장된다”고 말했다. ‘위로가 됐다’는 주변 반응을 보며 ‘뭔가를 쓰긴 쓴 거구나’ 싶어 마음이 조금 놓였다고. 국문과를 졸업한 그는 자칭 ‘한국소설광’이다. 2년간 장편에 매달리느라 최근 나온 작가들 작품을 거의 못 봤다. 김 씨는 당분간 가장 하고 싶은 일로 “원 없이 한국소설을 읽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