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스시리즈 스핀오프 ‘오션스8’ 여고생 앞세운 액션 ‘마녀’
여성을 앞세운 영화라면 흔히 멜로, 드라마, 로맨틱 코미디 혹은 페미니즘 영화를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여성이 이끄는 영화는 액션이나 블록버스터처럼 대규모 흥행이 어렵다는 인식을 받기도 한다. 영화진흥위원회 ‘소수자 영화정책 연구’ 통계를 봐도 2011∼2017년 100만 명 이상 관람한 영화 가운데 여성이 주연을 맡은 작품은 30%가 되지 않는다.
그런데 최근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국내외 상업 영화 2편이 극장가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둘 다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케이퍼 무비’(절도 등의 과정을 상세히 그리는 범죄물)나 누아르, 액션물에서 여성을 앞세웠다는 공통점을 지녔다.
○ 화려한 ‘오션스8’
조지 클루니, 브래드 피트, 맷 데이먼 대신 샌드라 불럭, 케이트 블란쳇, 헬레나 보넘 카터를 주연으로 내세운 ‘오션스8’는 북미 지역에서 25세 이하 여성 관객에게 호응을 얻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아쉬운 건 뒷심이 부족한 스토리다. 너무 안정적으로 기존 ‘오션스’ 시리즈의 공식을 답습해 신선도가 다소 떨어진다. 국내에서는 20일까지 박스오피스 3위를 차지하며 관객 70만 명이 관람했다.
○ 소녀 앞세운 강력 액션 ‘마녀’
1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으로 발탁된 신인 김다미가 ‘마녀’에서 선보인 연기는 식상하게 느껴졌던 액션영화에 신선함을 불어넣었다. 닥터 백으로 열연한 조민수의 카리스마도 만만치 않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마녀’는 박 감독 특유의 거침없는 액션은 살리되 그 중심에 참신한 캐릭터를 앞세웠다. ‘미녀 삼총사’ 등 과거 여성 주연 액션 영화가 배우의 섹시함을 부각시켰다면, ‘마녀’는 여성성보다 캐릭터 자체로 승부를 걸었다. 그 덕분에 같은 액션이라도 새롭고 통쾌하게 느껴진다.
강한 아우라를 뿜어내는 닥터 백(조민수)도 여성성보다 미치광이 과학자의 차가움이 크게 느껴진다. 조민수는 “닥터 백은 초기 시나리오에선 남성이었는데 회의 끝에 여성으로 바뀌고 제가 선택됐다”며 “감독에게 화법도 여성적으로 바꾸지 말아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여성 액션 자체에 주목하기보다 인간이 악하게 태어나 선하게 살아가는지, 선하게 태어나 악하게 변하는지가 궁금했다. 그 궁금증에서 이 영화는 출발한다”고 설명했다.
김민 기자 kimm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