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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송평인]리본세대

입력 | 2018-06-21 03:00:00


인생 1막은 태어나고 자라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그 자식이 자라 결혼해 출가시키기까지를 말한다. 그것으로 인생의 한 사이클이 끝난다.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가 인생 1막을 끝낼 나이의 전국 50∼64세 성인 남녀 107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인생 2막에 가장 소중한 것으로 배우자나 자식보다 ‘나’를 택한 사람이 가장 많았다. 센터는 이런 인생 2막 시대에 ‘리본(re-born) 세대’라는 말을 붙였다.

▷산업화와 고령화는 경로(敬老) 사상마저 퇴색시키고 있다. 전통적 농업사회에서는 아들이 농사를 지어 부모를 먹여 살려야 했다. 실은 부모가 죽을 때까지 아들 내외와 함께 일해도 먹고살기 힘들었다. 산업사회라고 해서 자식의 부모 봉양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점차 부모는 모아놓은 재산을 갖고 살아가는 시대로 바뀌고 있다. 자식 도움 없이 수명대로 살 수 있다면 행복한 사람이다. 실은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내’가 소중할 수 있는 것도 돈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니 슬프다.

▷이번 조사에서 이혼을 고민하는 친구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으로는 ‘서로 간섭하지 말고 각자 생활을 즐기라’는 답이 33%로 가장 많았다. ‘좀 더 참고 살아보라’는 답이 25.2%로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졸혼(卒婚)’과 ‘이혼’을 권한 대답이 각각 20.9%로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서로 간섭하지 말고 각자 생활을 즐기라’는 이혼은 하지 않되 주거지까지 따로 정해 살 수 있는 ‘졸혼’과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백년해로(百年偕老)는 이미 옛말이다.

▷영국 노년학 전문가 세라 하퍼는 “죽을 때까지 함께하자는 결혼 서약은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간 수명이 길어지면서 결혼 기간도 그만큼 늘고 있다. 근래 추세대로 수명이 늘어나면 결혼 기간이 무려 백 년이 될 수 있다고 하퍼 교수는 전망했다. 결혼식에서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것은 수명이 고작 40세나 50세이던 시절에서 비롯된 ‘특수한’ 문화일 수 있다. 정작 대부분 백년해로할 수 있는 세상이 되자 백년해로는 부담스러운 것이 되고 말았나 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