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더해주는 소품의 세계 ‘프랑켄슈타인’의 잘린 머리모형, 공연 당일 배우 얼굴에 맞춰 제작 ‘노트르담 드 파리’의 초대형 종… 무용수들 매달려 아찔한 묘기 경쾌한 타악기 소리내는 탭슈즈, ‘브로드웨이 42번가’ 매력 더해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에서 3개의 종에 종지기 역을 맡은 무용수들이 한 명씩 매달려 공중 곡예를 연출하는 ‘성당의 종들’ 장면.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제공
화려한 뮤지컬에서 ‘소품’은 재미와 사실감을 더하는 양념 같은 존재다. 올여름을 달굴 대형 인기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랑켄슈타인’ ‘브로드웨이 42번가’를 통해 뮤지컬 소품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진짜처럼 실감나게 만들어져 매 시즌 화제인 ‘프랑켄슈타인’의 소품들은 작품의 기괴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1막 후반부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참수된 앙리 뒤프레의 머리를 들고 등장하는 장면은 괴물의 탄생을 예고하는 중요한 대목. 눈을 감은 채 들려진 앙리의 머리 모형은 공연 당일 앙리 역을 맡은 배우 캐스팅에 따라 다르다.
정장선 제작 감독은 “잘린 머리는 치아 모형 제작에 사용하는 겔의 일종인 알지네이트로 앙리 역의 배우 얼굴 본을 떠 실리콘 재질의 머리 모형을 만들었다”며 “보통 얼굴은 3분간, 뒷머리 부분은 6분간 본을 뜬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즌에 앙리 역을 맡은 카이와 박민성의 머리 모형은 최근에 본을 떴다. 정 감독은 “두 배우의 모형은 최신 제작이라 눈·코·입 등의 디테일을 살리는 데 좀 더 신경 썼다”며 “본 뜨는 데 40분 이상 걸렸다”고 설명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에서 격투장 여주인 에바의 잔인한 성격을 보여주기 위해 그녀가 하인의 손목을 자르는 장면에서 쓰이는 잘린 손 소품(왼쪽)과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탭 슈즈. 쇼온컴퍼니·샘컴퍼니 제공
○100kg의 대형 종, 경쾌한 소리를 내는 탭 슈즈
이렇게 크다 보니 무대용 종이지만 무게가 각각 100kg 안팎. 바닥에 있던 종을 서서히 무대 위로 올리는데, 종지기들은 종 가운데 설치된 일자 막대에 매달려 아찔한 묘기를 부린다. 기 감독은 “종이 올라갈 때에는 1t 무게를 버티는 체인모터를 종에 연결한다”며 “배우들은 안전 고리를 찬 상태에서 곡예를 펼친다”고 설명했다.
스테디셀러 ‘브로드웨이 42번가’의 매력 포인트는 페기소여와 빌리 롤러, 앙상블 배우 등 출연진 59명이 만들어내는 탭댄스 군무다. 배우들이 일사불란하게 탭댄스를 출 때마다 경쾌한 타악기 소리가 공연장에 울려 퍼진다. 비밀은 배우들이 신는 화려한 탭 슈즈에 있다. 샘컴퍼니 엄지영 홍보팀장은 “탭 슈즈의 겉면은 양가죽, 밑창은 소·양가죽을 압축해 만든다”며 “신발 바닥엔 신발 모양대로 만든 쇠 주물이 박혀 있다”고 전했다.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