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2시간 태풍이 온다]<1>펑크 난 노선버스 탄력근로제
정부와 국회가 삶의 질을 개선하고 일자리를 나누겠다며 도입한 주 52시간 근로제도가 버스업계에서는 정반대 결과를 낳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은 고속버스, 시외·시내버스, 농어촌버스 등 노선버스 업체 중 버스 준공영제나 하루 2교대 근무를 하지 않는 전국 약 500개 사업장(마을버스 포함)이다. 이들은 다음 달부터 주 68시간 탄력근로제를 도입해야 한다. 현재 전국 특별·광역시(울산 제외)와 제주 시내버스, 경기도 광역버스 일부가 준공영제로 운영 중이며 충북 청주, 경남 창원, 전북 전주 등의 일부 업체는 1일 2교대 제도를 실시 중이다.
전체 근로시간과 임금만 줄어들 뿐 하루 17시간 이상 한 번에 몰아서 운전하는 고된 노동여건이 여전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정부가 근로시간 단축 명분으로 내세운 일자리 나눔도 현재로선 공염불이 될 가능성이 크다. 강원여객 관계자는 “기존 운전사들도 퇴직금이 줄까 봐 그만두는 판국에 신규 채용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회사는 최근 한 달 동안 운전사 300여 명 중 약 30명이 그만뒀다. 강원의 또 다른 노선버스 업체 관계자는 “KTX(고속철도)가 뚫리면서 매출이 반 토막 난 데다 기존 인력 이탈도 심해 추가 고용은 꿈도 못 꾼다”고 했다.
현장에서는 노선 감축 및 운행 횟수 감소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성병찬 경북자동차노조 사무국장은 “임금체계 개편이나 일자리 감소에 대한 마땅한 지원책이 없어 7월 1일 이후 전국적인 버스 대란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현실이 이런데도 정부는 탄력근로제를 도입해도 노동시간이 같으면 임금이 같은 수준으로 유지된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또 고용노동부는 고용지원금제도를 활용해 신규 채용 1인당 10만∼4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원을 받기 위해선 △전자적 근로시간 관리시스템 도입 △최저임금의 110% 이상 보장 △신청 시점의 근로자 수가 3개월 전보다 순증 등 세 가지 요건을 갖춰야 한다.
경기도 관계자는 “대부분 버스업체가 영세해 손으로 적어가며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있고 전체 근로자 수도 늘리기 힘든 상황이라 제도의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처음 발표된 2월 이후 미리 채용을 늘린 업체들은 ‘신청 시점 3개월 전’ 규정 때문에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생긴다며 불만이다. 전남도 관계자는 “버스 업체들은 지방자치단체나 정부만 바라보고 있지만 지자체 입장에서도 노사 협의가 잘 이뤄지기만 바랄 뿐 마땅한 대안이 없다”고 했다.
고용부는 이런 상황을 감안해 전자근로관리 시스템이 없거나 최저임금의 110%를 주지 못해도 일자리 지원금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3개월 근로자 순증 요건은 완화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강성휘 yolo@donga.com·유성열·주애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