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신 이용 단단한 수비 뒤 역습… ‘유로 2016’땐 포르투갈과도 비겨 성인선수 100명에 불과하고 국토여건상 3개월만 축구 가능 치과의사-공장 직원-영화감독… 대표팀 감독 등 전직도 다양해
“후!”
짧지만 커다란 외침과 함께 팔을 넓게 벌리고 머리 위에서 손뼉을 친다. 굵고 짧은 함성과 함께 손뼉 치는 소리가 마치 천둥 같다. 아이슬란드 팬들이 내는 ‘천둥 박수’다.
16일 인구 33만8000명의 소국 아이슬란드 수도 레이캬비크에는 축구 중계를 볼 수 있는 주점은 물론이고 미술관 박물관에까지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천둥소리를 냈다.
이날은 아이슬란드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해 역사적인 첫 경기를 치른 날이었다.
이날 후반 19분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골키퍼 한네스 할도르손은 “오늘 경기는 우리의 전형적인 경기 모습이다. 상대를 초조하게 만들고 빠르게 역습한다. 우리는 예측불허다. 우리를 상대하는 팀들에 우리는 악몽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아이슬란드가 보여준 역습 능력은 매우 뛰어났다.
유로 2016 첫 경기에서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를 무실점으로 막고 포르투갈과 1-1로 비기며 돌풍을 예고했던 아이슬란드는 처음 출전한 월드컵에서도 메시의 아르헨티나를 상대로 선전하며 ‘제2의 반란’을 일으킬 조짐을 보였다. 크로아티아 나이지리아 등이 함께 속한 ‘죽음의 조’에서 살아남으리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국토의 70%가 빙하와 호수 용암지대로 이뤄져 있어 ‘불과 얼음의 나라’로 불리는 아이슬란드는 1년 중 축구를 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되지 않는다. 국토가 눈과 비, 얼음으로 뒤덮여 9월부터 5월까지는 축구를 하지 못하는 악조건을 갖고 있다. 대표팀을 구성할 수 있는 풀타임 축구선수는 100명 정도에 불과하다.
이번 대회 출전을 앞두고 수비수 비르키르 사이바르손은 소금 포장 공장에서 일했다. 감독인 헤이미르 하들그림손은 치과의사 출신이다.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으며 이날 경기 최우수선수(MOM)로 선정된 골키퍼 할도르손은 4년 전까지 축구가 부업, 영화감독이 주업이었다. 지금은 하들그림손 감독이 축구에만 전념하고 있고 선수 대부분도 각국 프로리그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10년 전만 해도 대부분은 ‘투잡맨’이었다.
하들그림손 감독은 “상대가 우리를 작은 나라 출신이라고 가벼이 보기 일쑤다. 그러나 그런 것들이 우리를 더 뛰게 만든다”고 했다.
2016년 유로 경기에서 아이슬란드가 프랑스 니스에서 잉글랜드를 이기는 첫 기적이 일어났을 때 전체 국민의 약 8%인 2만7000명의 아이슬란드 인이 니스 경기장에 모였다. 당시 TV 점유율은 99.5%에 달했다. 축구가 있는 날은 모든 게 올스톱이다. 아이슬란드는 6년 전만 해도 세계랭킹 133위였지만 지금은 22위까지 올라갔다. 축구는 2008년 경제위기로 주요 은행이 무너지는 침체를 겪은 아이슬란드 국민들을 하나로 묶는 힘이 되고 있다.
모스크바=양종구 yjongk@donga.com /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