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 6·13 지방선거]7년전 ‘안철수의 양보’뒤 엇갈린 운명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 더불어민주당 박원순 당선자가 13일 밤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지지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박원순 서울시장 당선자는 13일 오후 10시 40분 서울 종로구 선거캠프에서 당선 소감을 밝히며 지난해 대권을 놓고 한때 경쟁을 벌인 문 대통령과의 파트너십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울에서 시작된 ‘대한민국’의 번영을 언급했다. 박 당선자는 지난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촛불집회가 열린 광화문광장을 지키며 새 정부 출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선거운동 내내 “이번 지방선거는 박원순만의 선거가 아니다. 서울의 모든 구청장 선거에서 승리하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선거 초반부터 압승이 예상된 상황에서 박 당선자는 자신의 선거운동 못지않게 구청장 지원 유세에 집중했다. 지난달 15일 후보자 예비등록 이후 서울 시내 25개 구를 모두 최소 두 바퀴 이상씩 돌았다고 한다. 그런 노력 덕분일까. 14일 오전 1시 현재 더불어민주당은 총 25곳의 서울 구청장 가운데 최소 23곳을 휩쓸었다.
한 여권 인사는 “지난해 대선 출마를 접은 후 박 당선자가 본격적으로 당원들을 파고들려 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선 경쟁자였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선자가 상처를 입은 상황에서 사상 첫 3선 서울시장이 된 박 당선자의 대권 행보는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번 선거에서 눈길을 끄는 포인트 중 하나는 박 당선자와 안철수 바른미래당 서울시장 후보의 얽히고설킨 인연이다.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안 후보의 전격적인 양보가 없었다면 3선도 없었다. 이번에도 자유한국당 김문수 서울시장 후보와 안 후보의 단일화 실패로 야권 표가 분산돼 박 당선자를 간접적으로 도운 측면이 있다. 박 당선자는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인 올 4월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지금 안 후보와 나는 당도, 서 있는 위치도, 가는 길도 굉장히 달라졌다. 참 애매한 관계가 됐다”고 털어놓았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가 13일 당선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 침울한 표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안 후보는 7년 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는 열광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은 냉정했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 기간 골목골목으로 걸어 들어가 시민들과 만났다. 지난해 대선 당시 서울에서의 득표율(22.7%)을 기반으로 다시 한 번 ‘안철수 돌풍’을 일으키겠다는 것이었다. 안 후보는 선거 전 기자와 만나 “선거에 나서면 한국당은 매우 곤란해질 수밖에 없다. 판을 흔들 것”이라고 했고, 실제로 박 당선자에게 1위를 내주더라도 3위를 크게 앞선 2위로 올라서려는 목표를 세웠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김 후보는 2위를 기록하며 일단 재기의 발판은 마련하게 됐다. 안정적인 대구 지역구를 버리고 중앙당의 서울시장 출마 요청을 받아들인 것도 ‘포스트 홍준표’를 노린 행보라는 말이 나온다. 김 후보는 평소 “나는 보수 통합론자다. 안 후보도 좋은 인재이니 한국당에 입당했으면 좋겠다”며 자신이 보수야권 통합을 주도하겠다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던졌다.
김상운 sukim@donga.com·최고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