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2018년 ‘책의 해’-도서관 즐기기
지혜의숲
마침 올해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책의 해’이다. 책 관련 행사도, 도서관 프로그램도, 책에 대한 안팎의 관심도 다채롭다.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다가 주변 산책길을 걸어보는 것도, 가까운 명소를 즐겨보는 것도 추천할 만한 나들이 프로젝트다. 이번 주말, ‘천국’을 방문해 보는 건 어떨까. 볼거리를 품은 도서관들을 소개한다. 낮 더위를 피해 오전, 혹은 늦은 오후에 책 한 권 읽고 주변을 걷다 보면 천국을 경험할 수 있다.
청운문학도서관
이곳 주변은 ‘문학둘레길’로 유명하다. 인사동에서 ‘이상의집’(이상이 세 살부터 20여 년 살았던 집터), 윤동주문학관으로 이어지는 길에 청운문학도서관이 있다. 주말이면 아이들과 함께 나들이 나온 가족, 손잡고 함께 둘레길을 걷다 들른 연인들로 붐빈다. 최근 한 달 새 주말 평균 방문객은 1300명을 훌쩍 넘는다. 인왕산의 ‘핫플레이스’가 된 셈이다.
숲속도서관
숲속도서관이 지어진 사연도 흥미롭다. 이 도서관은 공원 내 매점이 있던 자리에 세워졌다. 늘 방문객들로 붐비는 삼청동이었지만 사람들이 공원 안쪽의 매점까지 찾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결국 주인은 가게를 비웠고 오랜 세월 방치된 건물은 흉가로 변해갔다. 고심 끝에 5년 전 매점 건물을 헐고 세워진 도서관은 종로구와 종로문화재단을 대리해서 동네 주민들로 이뤄진 북촌인심협동조합에서 최소 경비만 받고 운영하고 있다. 대부분 자녀를 둔 어머니들로, 도서관 운영뿐 아니라 ‘숲속 독서토론 캠프’, ‘자연관찰 그림 그리기’ 등 생태학습 프로그램을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삼청공원 안에 자리한 도서관이어서, 책을 읽고 나와선 인근 삼청동 카페거리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을 함께 둘러보는 코스도 추천할 만하다.
도서관마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독서-산책-맛집’ 코스
돌마리도서관
도보 10분 거리엔 ‘핫플레이스’로 꼽혀온 ‘송리단길’이 있다. 석촌호수 동쪽의 백제고분로 일대를 가리키는 이름이다. 일본 가정식 식당 ‘만푸쿠’와 ‘미자식당’, 빵집 ‘라라브레드’ 등은 인스타그램의 태그 상위권에 올라 있다. 주택가 곳곳에 맛집과 카페가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게 송리단길의 특징. 도서관에서 책 한 권 빌린 뒤 골목길을 산책하다 끌리는 맛집에 들어가 보는 것도 좋다.
경기 파주 ‘지혜의숲’도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출판도시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복합문화공간인 이곳의 입구에 들어서면 8m 높이의 서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학자들과 연구소가 기증한 도서가 있는 공간인 ‘지혜의숲1’에선 책과 함께한 지식인의 삶을 헤아려볼 수 있다. 출판사가 기증한 책들이 있는 ‘지혜의숲2’는 출판사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지혜의숲3’에는 박물관, 미술관이 기증한 책들이 모여 있다. 젊은이들에겐 골동품처럼 느껴질 타자기도 전시돼 있어 눈길을 끈다. 인근엔 세계 각국 3000여 점의 피노키오 공예품들이 갖춰진 박물관 ‘피노지움’이 있어 아이들과 함께하는 당일치기 여행으로 추천할 만하다.
문화시설과 연계된 도서관도 눈길을 끈다. 서울 중구 충무로2가의 ‘씨네라이브러리’는 말 그대로 영화 관련 도서관. 영화이론서, 영화잡지 등 영화 관련 서적뿐만 아니라 영화에 나오는 시집, 영화의 원작 소설 등도 다양하게 갖췄다. 정면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있고 책상과 의자도 스크린을 향해 있어서 영화관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책을 읽다 보면 영화 한 편 보고 싶은 마음에 인근 영화관으로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게 된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의 블루스퀘어는 뮤지컬 공연장이다. 4층 건물 중 2층과 3층에 ‘블루스퀘어 북파크’가 있다. 신간을 갖추고 구매할 수 있도록 한 서점이면서 어디서든 책을 읽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를 구비한 도서관이기도 하다. 다락 형태의 작은 공간엔 2인 책상, 1인 소파 등이 있어 숨은 듯 독서할 수 있다. 책을 읽고, 뮤지컬 공연을 보고, 이태원 거리를 걸으면서 맛집을 찾아 식사를 즐기는 주말 계획을 짜보는 것도 좋겠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