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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담배가 덜 해롭다는 근거 흔들

입력 | 2018-06-08 03:00:00

[담배 이제는 OUT!]식약처, 궐련형 배출물질 분석




“덜 해로운 담배일 줄 알았는데… 타르는 더 많다니, 속은 기분입니다.”

“발암물질이 일반담배보다 적으면, 덜 해로운 건 사실 아닌가요?”

7일 보건당국이 발표한 궐련형 전자담배 조사 결과에 대해 흡연자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아이코스, 글로, 릴 등 3종의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질을 분석한 결과, 니코틴과 타르 함유량은 일반담배와 비슷하거나 더 많고 발암물질까지 검출됐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흡연자들 사이에선 “피우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결과만 봐선 헷갈린다”는 반응이 많다.

이 같은 논란이 발생한 이유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분석 결과 중 어느 쪽에 무게중심을 두느냐에 따라 유해성 여부를 다르게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조사 결과를 보면 ‘아이코스’와 ‘릴’에서는 타르가 일반담배보다 더 많이 나왔다. ‘글로’는 세 종류 가운데 니코틴과 타르, 발암물질 검출량이 가장 적었다. 국내 전자담배 시장은 한국필립모리스(아이코스), KT&G(릴), BAT코리아(글로)가 각각 60%, 30%, 10%의 점유율을 갖고 있다.

문제는 발암물질 함유량 자체로 보면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는 훨씬 적다는 점이다. 일반담배 발암물질의 양을 100%로 봤을 때 궐련형 전자담배에는 △벤조피렌 3.3% △니트로소노르니코틴 20.8% △포름알데히드 20.3% △아세트알데히드 28.0% △아크롤레인 16.4% 수준이었다.

보건당국 발표 후 1시간 만에 담배 회사들이 “발암물질 자체가 적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발표한 이유다. 하지만 식약처와 전문가들은 “함유량이 적다고 전자담배가 덜 유해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임민경 국립암센터 교수는 “담배 1개비만 피워도 폐암 확률이 7배나 늘어난다”며 “흡입 깊이 등 흡연 습관에 따라 유해성이 달라지기 때문에 함유량이 적다고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를 담배 필터의 천공(穿孔) 부위를 개방해 분석하는 ISO 방식(국제공인분석법) 외에 천공 부위를 막고 분석하는 HC(헬스캐나다) 방식도 함께 사용해 궐련형 전자담배를 분석했다. 흡연자들이 습관적으로 필터까지 깊게 물고 흡연하는 경우가 많아 천공 부위를 막는 HC 방식이 더 정확할 수 있기 때문이다. HC 방식으로 조사했을 경우 유해성분은 ISO 시험 방식보다 1.4∼6.2배 더 많이 검출됐다.

전자담배 회사들은 “타르는 불을 붙여 사용하는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개념으로 연소가 발생하지 않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타르 검출량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식약처는 ‘타르’를 담배에서 배출되는 물질 중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모든 유해물질의 복합체라고 강조했다. 신호상 공주대 환경교육과 교수는 “담배 배출물에는 최소 70종 이상의 발암물질과 7000종 이상의 독성 화학물질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타르 속에는 이번에 조사한 9종 발암물질 외에 그 어떤 물질이 포함돼 건강을 해칠지 알 수 없다는 의미다.

전자담배의 유해성 논란은 국내뿐만이 아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해롭다는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국 독성위원회와 독일 연방위해평가원은 아이코스가 일반담배보다 발암물질 등이 적다고 발표했다.

유해성 논란 속에서도 궐련형 전자담배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아이코스가 지난해 5월 국내에 출시된 이후 11개월 만에 1억6300만 갑이 팔렸다. 시장점유율도 9.4%(4월 기준)에 달한다. 흡연자 10명 중 1명은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운다.

정부는 궐련형 전자담배 내 다른 유해성분을 분석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현행법상 담배회사들이 제품 내 성분을 공개하지 않아도 돼 정확한 분석이 어려운 탓이다. 보건복지부 정영기 건강증진과장은 “담배 제조·수입업자가 담배 유해성분 함유량 정보를 정부에 제출하도록 하는 담배사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품목별로 유해성분을 공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윤종 zozo@donga.com·신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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