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마스크 쓴 화장실 몰카범, 수사 혼선 주려 골목 들락날락 車 도주 이동경로 추적 끝 검거 9일 혜화역서 ‘몰카수사’ 2차 시위
지난달 28일 서울 성북구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112 신고가 접수됐다. 이날 오전 9시 50분경 누군가가 영상원 건물 3층 여자화장실에서 ‘몰래카메라(몰카)’를 찍으려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에 따르면 화장실 문 아래 틈으로 카메라 렌즈가 들어왔고 소리를 지르자 사라졌다. 학교 폐쇄회로(CC)TV에는 모자와 마스크를 쓴 남성의 모습이 찍혀 있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 종암경찰서는 가장 먼저 학교 밖 이동 경로에 설치된 CCTV를 확인했다. 용의자는 학교에서 빠져나와 근처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까지 걸어갔다. 이상한 행동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는 지하철을 타는 대신 근처 골목길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사거리 옆 골목길로 향했다가 한참 뒤 나타나 고가도로 아래로 들어갔다. 반대로 나와 다른 골목으로 들어가더니 20분가량 자취를 감췄다가 되돌아 나왔다. 그러고는 또 다른 골목으로 들어갔다. 거기가 마지막이었다. 해당 골목에서 이어진 길은 5개. 하지만 모든 CCTV에서 용의자의 모습은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이곳에 용의자의 집이 있다고 판단해 한동안 잠복까지 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마치 하늘로 사라진 것 같았다.
광고 로드중
경찰은 잠복 끝에 4일 오후 3시경 A 씨(31)를 붙잡았다. A 씨의 스마트폰에선 피해자 사진이 나오지 않았다. 경찰은 “도피 방법을 볼 때 치밀하게 계획한 것 같다. 여죄를 파악하기 위해 휴대전화에 대한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최근 성범죄 사건 편파 수사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종암서는 A 씨 검거에 여성청소년수사팀 3개 팀 중 2개 팀, 10여 명을 투입했다. 이동 경로를 추적하기 위해 CCTV 100여 대를 확인했다.
한편 9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2차 시위’가 열린다. 전국에서 참가자가 올 것으로 예상돼 지난달 19일 1만 명이 모인 첫 번째 시위보다 규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권기범 kaki@donga.com·최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