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회담 D-6]트럼프 “12일 회담은 큰성과의 시작”
북-미 정상회담을 엿새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원샷 담판 대신 여러 차례 회담을 가질 수 있다고 재확인하면서 싱가포르에서 남북미 3국 정상 간 종전선언 채택 가능성은 일단 낮아지고 있다. 북-미가 비핵화와 체제 안전보장을 맞바꾸는 ‘빅딜’에 대한 최종 사인을 후속 회담으로 미룰 가능성이 커진 만큼, 자연스레 비핵화 회담 이후 단계인 종전선언도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것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5일 “종전선언 등 추가 의제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의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남북미와 국제사회의 협의로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남북 정상회담 직후 싱가포르 종전선언 채택 가능성에 기대감을 표했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청와대 안팎에선 싱가포르에 문재인 대통령이 합류해 3국 정상회담을 갖고 종전선언을 내놓을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북-미 정상회담이 엿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의제 조율 등 실무 접촉 스케줄을 감안할 때 싱가포르에서 종전선언을 채택할 수 있는 수준의 합의를 이끌어내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미국은 종전선언에 대한 검토를 막 시작한 단계라는 점도 그런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만난 뒤 “(6·25전쟁은) 가장 오래된 전쟁이다. 거의 70년? (회담에서 이와 관련해) 어떤 것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지만 종전선언(declaration of the end of war)이라고는 말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청와대는 종전선언과 함께 검토되고 있는 불가침협약과 적대행위 종식 등도 시차를 두고 단계적으로 이뤄질 수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구속력이 약한 정치적 선언인 종전선언이 채택돼야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실질적인 협상 개시와 함께 불가침협약 등이 논의될 수 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5일 “트럼프 대통령이 말했듯이 종전선언에 대해서는 논의하고 있는데, 종전선언과 불가침협약이 같이 묶여서 가는 건 아니다”며 “(불가침협약은)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난 뒤에 논의될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북-미가 막판 속도를 높여 극적인 ‘빅딜’ 합의를 통해 종전선언을 채택할 가능성도 여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청와대 역시 북-미 실무협상이 급진전될 가능성에 대비해 문 대통령이 싱가포르에 합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싱가포르에서 북-미 정상회담 의전 협상을 이끌고 있는 조 헤이긴 백악관 부비서실장이 협상의 자세한 진행 상황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고하지 않고 있다고 CNN 방송이 4일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집사’로 불리는 그가 협상 경과를 알리지 않는 이유는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한 내용을 트위터에 올릴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라고 방송은 전했다.
워싱턴=박정훈 특파원 sunshade@donga.com / 한상준 기자·정미경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