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우러 국제적십자위 총재 방한 “제재로 북한 주민 삶 타격… 정세 개선따라 활동 확대 기대 이산가족 상봉-실종자 생사 확인, 남북이 원하면 기꺼이 도움 줄것”
4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만난 페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 총재는 “이산가족 상봉 문제의 해결책을 찾는 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4일 서울 중구 세종호텔에서 만난 페터 마우러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총재(62)는 ‘한반도 해빙 분위기가 조성된 이후 북한 인권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보이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1∼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 후 한국을 찾은 마우러 총재는 이낙연 국무총리, 강경화 외교부 장관, 조명균 통일부 장관 등을 만나 한국 정부의 ICRC 지원 확대에 감사의 뜻을 전하고 한반도 관련 인도주의적 문제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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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북제재 완화 가능성에 대한 질문엔 “대북제재가 ICRC 프로그램 지원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대북제재가 완화되면 프로그램도 더 확대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현재 대북제재 중 인권문제에 가장 큰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은 재정분야 그리고 기계 수입과 관련된 제재”라며 “식수, 위생, 보건, 식량 등 북한 주민들의 생계유지와 직결된 사안은 경제 제재에서 배제돼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 정부에도 무조건적인 인도주의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마우러 총재는 한반도의 가장 큰 인도주의적 문제인 이산가족 상봉, 실종자 생사 확인에도 ICRC가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남북 적십자사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에 우리가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고 이야기해 왔다”며 “이 분야가 ICRC의 우선순위 활동인 만큼 축적된 경험이 많다”고 말했다. 이산가족이 상봉할 때 겪는 정서적 갈등에 대한 지원, 유해 발굴·관리 기술 등에 대한 다수 경험을 갖고 있다면서도 “다만 이를 위해선 양측의 승인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6·12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인권문제가 다뤄져야 하느냐’는 질문에 그는 “대답할 수 없는 정치적 질문”이라며 즉답을 피했다. 하지만 지난달 북한 적십자위원회가 요구한 탈북 여종업원 송환 문제에 대해선 “정치적 이슈와 인도주의적 이슈의 교착점에 있는 문제”라면서 “만약 양측이 원한다면 여종업원들이 정확히 어디로 가고 싶어하는지 객관적인 의사를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