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방북 러시아 외교에 정상회담 약속 양측 ‘북-미 회담前 한목소리’ 원해 푸틴 8∼10일 中칭다오 국빈방문… 김정은 합류해 ‘3국 공동성명’ 가능성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을 하기로 합의했다. 양측은 회담의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를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김 위원장이 12일로 예정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중국을 경유할 때 북-러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예상도 나왔다.
마침 푸틴 대통령이 중국과 러시아가 주도하는 안보·경제 협력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9, 10일) 참석을 위해 8일 방중하기 때문에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것이다. 베이징 대북 소식통은 1일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싱가포르로 가는 도중 중국을 경유할 가능성이 크다”며 “이때 방중한 푸틴 대통령,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신문은 1일 김 위원장이 전날 방북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을 만나 “조러(북-러) 최고 영도자(지도자) 사이의 상봉 실현에 합의를 봤다”며 “양국 외교관계 수립 70주년인 올해 고위급 왕래를 활성화하는 데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매체가 두 정상 간의 회담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베이징 외교가는 푸틴 대통령이 9, 10일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 SCO 정상회의 참석차 국빈 방중하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칭다오는 북한과 가까워 김 위원장이 비행기로 이동하기에도 수월하다. 한 소식통은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로 가는 도중 경유할 가능성이 있는 남부의 충칭(重慶), 광저우(廣州) 등도 정상회담 지역으로 거론된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러 정상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모양새를 만들고 싶어 해 이르면 다음 주에라도 북-러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있다고 외교 소식통들은 전망했다. 시 주석까지 가세한 북-중-러 정상회담이 개최돼 3국이 한반도 문제 해법에 대한 공동 성명을 발표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차 북-중 정상회담에 대해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며 중국에 더는 개입하지 말라는 경고를 준 상태여서 중국에서 이런 이벤트가 열릴 가능성을 비교적 낮게 보는 시각도 있다. 북-러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장소는 러시아일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는 의견도 있다. 베이징의 러시아 소식통은 “김 위원장은 러시아 방문을 추진해 왔기 때문에 러시아로 갈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라브로프 장관은 김 위원장에게 러시아 방문을 요청했다. 러시아 크렘린궁은 1일(현지 시간) “그런(북-러 정상) 회담이 열릴 수 있다. 구체적인 내용과 시간은 앞으로 외교 채널을 통해 조율될 것”이라며 “(회담 장소로) 베이징은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