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관세보류 합의와 달라져… 무역갈등 다시 거세질듯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28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19차 중국과학원 원사(院士·과학 분야 최고 권위자에게 주는 명예 호칭) 및 14차 중국공정(工程)원 원사 대회 개막식에 참석한 중국 과학자 1300여 명에게 이렇게 지시했다. 시 주석은 “(첨단 과학기술의) 자주혁신 능력 강화에 힘써야 한다”며 “(핵심 기술) 혁신 주도권과 발전 주도권을 확실히 손에 쥐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시 주석이 이날 ‘치명적 제약’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언급하진 않았지만 첨단과학 분야의 기초기술 부족과 함께 미국을 겨냥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이 무역전쟁을 통해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 발전을 견제해 왔기 때문이다.
시 주석의 이날 발언은 중국 정부 차원의 첨단 과학기술 굴기를 미국이 견제하는 상황을 우회적으로 언급하면서 ‘미중 간 하이테크 패권 경쟁’을 선언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미중이 협상을 진행하면서 마찰이 다소 완화됐으나 올해부터 본격화된 미중 무역갈등은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문제뿐만 아니라 중국이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중국제조 2025’를 미국이 억제하려는 과정에서 불거졌다는 게 중국 측 시각이다. 첨단산업 육성책인 ‘중국제조 2025’는 정보기술(IT), 자동화기기, 로봇 등 첨단기술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으로 올라서겠다는 계획이다.
중국 정부는 이를 위해 ‘중국제조 2025’ 분야 산업에 지원과 보조금을 집중 배정해 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는 이런 행위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약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미국은 이달 베이징과 워싱턴에서 각각 열린 1, 2차 미중 무역협상에서 ‘중국제조 2025’ 산업에 대한 중국 정부의 보조금 중단을 강하게 요구했으나 중국이 거부했다.
4월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관세 폭탄도 중국의 첨단 과학기술 산업에 집중됐다. 미국이 중국의 대표적 통신장비업체인 ZTE를 정조준해 미국 시장에서 몰아내는 강도 높은 제재를 시행하자 미국 의존도가 높았던 ZTE가 문을 닫을 위험에 처하는 등 홍역을 치렀다.
베이징=윤완준 특파원 zeitung@donga.com /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