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중견기업연구원장
이동기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중견기업연구원장
혁신성장 의지와 잠재적 역량을 가진 중소기업들은 투자재원 조달을 주로 은행 대출에 의존한다. 중견 상장기업으로 성장 하더라도 장기적 경영을 위한 경영권 유지를 위해 증자를 활발히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은행 대출 위주의 성장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어 중소·중견 기업의 성장은 근본적 한계를 지니게 된다.
이러한 중소기업 혁신성장의 근본적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미국에서는 어떻게 하고 있는지 살펴보자. 미국 경제는 신기술 벤처기업뿐만 아니라 전통적 산업의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으로 지속 성장하면서 고용을 창출하고 있다. 중소기업의 성장을 위한 원활한 자금 공급을 위해 미국 중소기업청은 Small Business Investment Company (SBIC)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 중소기업청은 정부자금을 민간 전문투자회사들에 저리대출을 하며 전문투자회사들은 금융기관에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전체 투자운용과 관리를 맡는다.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는 후순위 대출 또는 지분투자 형태로 이루어진다. 미국의 SBIC 프로그램은 은행의 선순위 대출로는 충당되지 않는 성장을 위한 자금 조달을 가능하게 하며, 장기적 관점의 경영을 통해 성장과 고용창출을 이루어내도록 하는 일종의 민관 파트너십 프로그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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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성장속도가 매우 빠른 미국의 상장 벤처기업들 같은 경우는 성장을 위한 대규모 자금 조달과 장기적 경영을 위한 경영권 유지라는 두 가지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차등의결권 주식제도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대규모 증자를 하더라도 창업자들은 차등의결권 주식 보유로 경영권 유지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는다. 따라서 단기적 주가에 연연하지 않고 20∼30년 앞을 내다보는 혁신적 투자를 할 수 있게 된다.
앞에서의 미국 사례를 먼 나라 얘기로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나라 중소·중견기업 육성 정책의 미래 방향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음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