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美 정상회담 논의 재개]대화의 문 다시 여는 北-美
한밤 NSC 소집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밤 북-미 정상회담이 취소된 후 참모들을 청와대 관저로 불러 긴급 회의를 열고 있다. 회의는 25일 0시경부터 약 1시간 동안 이어졌다. 왼쪽부터 조명균 통일부 장관, 서훈 국가정보원장,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문 대통령, 강경화 외교부 장관, 송영무 국방부 장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청와대 제공
○ 트럼프 “모두가 게임을 한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5일 오후 트위터에 “북한으로부터 따뜻하고 생산적인 성명을 받은 것은 매우 좋은 소식”이라며 북-미 대화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트위터 캡처
트럼프의 유턴은 결국 김정은의 적극적이고 파격적인 유화적 메시지가 이끌어낸 측면이 있다. 김정은은 이날 오전 과거 날선 입장과는 정반대의 담화문을 내놨다. ‘결자해지’ 차원에서 비방전의 신호탄을 올린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내세우면서 사실상 ‘김정은의 메시지’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화 재개를 적극 요청한 것.
김계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거론한 ‘커다란 분노와 노골적인 적대감’이라는 것은 사실 조미 수뇌 상봉을 앞두고 일방적인 핵 폐기를 압박해온 미국 측의 지나친 언행이 불러온 반발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미국이 너무 압박하지 않았다면 북한도 언행을 자제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 “트럼프 방식이라고 하는 것이 쌍방의 우려를 다같이 해소하고 우리의 요구 조건에도 부합되며 문제 해결의 실질적 작용을 하는 현명한 방안이 되길 은근히 기대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 다음 달 회담 부활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
북-미 정상이 다시 회담 개최를 향해 돌아앉은 모양새지만 핵심 의제인 비핵화 방법에 대한 이견은 여전하다. 김계관은 담화에서 “만나서 첫술에 배가 부를 리는 없겠지만 한 가지씩이라도 단계별로 해결해 나간다면 지금보다 관계가 좋아지면 좋아졌지 더 나빠지기야 하겠는가 하는 것쯤은 미국도 깊이 숙고해 봐야 할 것”이라며 미국의 일괄타결식 합의에는 거리를 뒀다. 비핵화를 하더라도 단계적, 동시적 보상 조치를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에게 보내는 편지로 회담 취소를 통보한 뒤 “김정은이 건설적인 대화를 위한 행동을 선택한다면 나는 기다리겠다”고 밝힌 것은 김정은이 직접 답변을 내놓으라는 메시지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슨 일이 일어나든 우리는 미국의 안전과 안보를 놓고 절대로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수용해야 한다고 다시 선을 그었다. 결국 북-미 대화가 다시 탄력받기 위해서는 김정은이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하는 등 가시적인 조치를 취하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회담이 열리더라도 다음 달 12일 이후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황인찬 hic@donga.com·문병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