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총 입장 바꿔…표결로 결론 낼 듯
국회 환노위는 24일 오후 9시 소위(위원 11명)를 열어 산입범위 확대를 다시 논의한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은 매달 지급하는 정기상여금과 숙식비를 산입범위에 넣자는 데 잠정 합의했지만 민노총을 대변하는 정의당 이정미 의원은 뜻을 굽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소위에선 만장일치 통과가 관례여서 1명이라도 반대하면 통과가 어렵다.
늦어도 25일 새벽에 다수 의견으로 환노위를 통과시킨 뒤 28일 본회의에서 관련 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다. 소위원장인 임이자 자유한국당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표결을 할 수도 있지만 일단 합의 처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경총이 전날 “산입범위 논의를 최저임금위로 가져가자”고 주장했다가 하루 만에 이를 철회하면서 표결 처리 가능성에 힘이 더 실리고 있다. 경총은 국회에 보낸 입장문에서 “경제가 처한 현실을 고려할 때 국회가 조속히 결론을 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소기업중앙회 등 다른 사용자 단체들이 “경총이 노동계와 동일한 주장을 한다”고 비판하자 입장을 번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노사가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자’는 노동계의 제안에 경총이 넘어갔다가 민노총이 사회적 대화에서 불참하겠다고 하자 경총도 국회 논의로 돌아선 것으로도 보고 있다.
○ 민노총의 정규직 기득권 지키기
실제로 영세사업장일수록 상여금이나 수당 없이 기본급만 받는 근로자가 많다. 고용노동부가 2013년 100명 이상 사업장 978곳을 조사한 결과 근로자 월급에서 정기상여금이 차지하는 비율은 11.8%, 복지수당이 차지하는 비율은 6.6%에 불과했다. 당시 고용부가 따로 조사하지 않았지만 100명 미만 사업장은 그 비율이 더 낮을 수밖에 없다. 결국 기본급 비율이 높은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져도 피해를 볼 가능성이 그만큼 낮은 셈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최저임금위에 제출한 ‘최저임금 제도개선 논의를 위한 기초연구’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최저임금 산입범위가 넓어져도 5명 미만 사업장에서 불이익을 보는 근로자는 9.7% 늘어나는 데 그친다. 반면 100명 이상∼300명 미만 사업장에선 피해를 보는 근로자가 38.1%, 300명 이상 사업장에선 53.7%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이런 분석을 종합하면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이 없는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현행대로 산입범위를 유지하든, 아니면 더 넓히든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최저임금 기본급에 상여금과 수당 등을 합쳐 연봉이 3000만∼4000만 원 정도인 정규직 근로자는 사정이 다르다. 정기상여금과 복지수당이 산입범위에 포함되면 최저임금 인상의 혜택을 받지 못할 수 있다.
민노총이 겉으론 저임금 근로자를 위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대기업 정규직의 기득권을 지키는 데 앞장선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