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서 전망하는 ‘지배구조 개편안’
개편안 추진 과정에서 정부의 재벌 개혁 요구와 시장이 원하는 방향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점이 확인된 만큼 현대차그룹 수뇌부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재계와 투자업계 안팎에서는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이 낸 의견을 우선 고려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기업지배구조원은 현대모비스 2대 주주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공단의 공식 의결권 자문사다. 기업지배구조원마저 개편안 반대를 권고한 게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안 추진을 잠정 중단하는 데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조명현 한국기업지배구조원장은 “찬반 의견을 논의할 때 현대차그룹이 내건 순환출자 해소라는 목표는 옳다고 봤지만 계열사 분할과 합병에 따른 효과에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개편안의 목적에는 동의하지만 현대모비스와 글로벌 분할·합병에 따른 시너지 효과에 대한 설득력 있는 구체적 근거가 더 필요하다는 의미다. 조 원장은 “당장 시너지 효과가 불명확하다고 하면, 현대글로비스 대주주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 부회장이 글로비스 주식을 팔아서 모비스 주식을 사들이는 식으로 우선 순환출자 고리를 끊고, 나중에 분할해도 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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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할·합병 비율에 대한 논란을 없애려면 분할 부문을 상장시켜 시장의 평가를 받게 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대신경제연구소 등 국내 의결권 자문사들이 권고한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상장 준비에만 1년 넘게 시간이 걸린다는 게 문제다. 재계 관계자는 “애초에 현대차그룹이 최종적으로 개편안을 확정할 당시 정부가 요구한 ‘실행 시간표’가 제약이었을 수 있다. 정부 요구를 반영한 개편안에 대한 시장의 반대를 확인한 만큼, 정부가 시간적 여유를 준다면 고려할 만한 방법”이라고 했다.
지주사 설립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지주회사 전환은 지주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는 현행법 체계 내에서는 현대캐피탈 등을 처분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자동차 판매가 핵심인 기업에 자동차 구매 할부 상품 등을 취급하는 금융 계열사를 포기하라고 강요할 수는 없다. 결국 금산분리 완화나 중간금융지주회사 설립 허용 등 제도 변경이 필요하다. 정부 및 정치권의 태도 변화가 관건이다.
한우신 기자 hanw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