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종 정책사회부 기자
흡연자1: “근래 보기 드문 발명품이야. 아침에 일어날 때 목도 안 아파.”
흡연자2: “팀장님. 저도 이참에 갈아타려는데 정말 덜 해로운 거 맞죠?”
1과 3의 손에는 전자담배가 들려 있었다. 아이코스, 릴 등 궐련형 전자담배는 담뱃잎을 전기로 쪄 피우는 제품이다. 지난해 5월 첫 출시 이후 11개월 만에 1억6300만 갑이 팔렸다. 지난해 한 달 평균 3억 갑씩 팔리던 일반 담배는 올해 3월 2억4400만 갑이 팔리는 등 감소 추세다.
궐련형 전자담배가 전체 담배 판매시장에서 10%에 육박한 데엔 애용자들의 ‘예찬론’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흡연 후 특유의 냄새가 나지 않아 귀가 직전 피워도 아내나 아이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한다’는 식이다.
‘덜 해롭다’는 의견도 전자담배 예찬론의 주 레퍼토리다. 기자의 지인은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발암물질인 알데히드가 80∼95% 적게 배출된다’는 독일 정부의 최근 조사결과를 들며 “내 선택이 옳았다”고 외칠 정도다. 정부의 금연정책을 다뤄온 기자 역시 한동안 ‘궐련형 전자담배가 덜 해로운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궐련형 전자담배 관련 국내외 연구를 찾아봤다.
결론부터 말하면 담배 제품은 그 형태가 어떻든 결국 질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미국의사협회지(JAMA)는 궐련형 전자담배도 일반 담배처럼 니코틴과 일산화탄소뿐 아니라 포름알데히드 등 각종 발암물질을 함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스위스 베른대 연구에 따르면 아이코스에서 살충제 원료인 아세나프텐이 일반 담배의 3배 수준으로 검출됐다. 아이코스를 판매하는 필립모리스 자체 실험에서도 아이코스 연기에 포함된 타르 함량은 일반 담배와 큰 차이가 없었다.
어느덧 기자는 궐련형 전자담배 예찬론을 들으면 ‘역설’이란 단어가 떠오른다. 궐련형 전자담배 역시 담배라는 인식이 내면에 깔려 있다 보니 ‘덜 해로운 걸 피운다’는 자기합리화를 위해 예찬을 쏟아내는 것은 아닐까? 비흡연자를 대신해 이렇게 묻고 싶다.
“건강에 덜 해롭다고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요? 그렇다면 왜 가족들 앞에서 당당하게 피우지 않는 건가요?”
김윤종 정책사회부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