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루살렘 美대사관’ 정면충돌 유대인 4만5000명 시가 행진… 팔레스타인 주민 상점가 한때 점거 “아랍인들 예루살렘서 떠나라”
미국이 이스라엘의 70주년 건국기념일인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 있던 자국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겨 개관한 조치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해묵은 갈등을 폭발시킬지에 세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광고 로드중
이들은 예루살렘 올드시티(옛 시가지)의 팔레스타인 지구로 이어지는 다마스쿠스 게이트를 통과하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운영하는 상점가 앞을 한동안 점거한 채 히브리어로 노래를 불렀다. 이스라엘 군인과 경찰들은 유대인들이 행진하는 동안 바리케이드를 치고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접근을 막았다.
예루살렘의 날 성조기 두르고… 13일 한 이스라엘 남성이 예루살렘 올드시티의 팔레스타인 지구로 이어지는 다마스쿠스 게이트 앞에 성조기를 몸에 두르고 서 있다. 이날은 ‘예루살렘의 날’로 이스라엘이 1967년 아랍 국가들과의 ‘6일 전쟁’(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뒤 동(東)예루살렘을 강제 병합한 것을 기념하는 날이다. 예루살렘=AFP 뉴시스
이어 14일 트럼프 대통령의 장녀 이방카 트럼프 백악관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예루살렘 미국대사관 개관식이 열렸다. 대사관 건물에 걸린 푸른 가리개가 내려진 뒤 트럼프 대통령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은 “이스라엘은 항상 끝이 없는 자유의 힘을 보여준다. 이 땅은 중동에서 유일하게 유대인, 이슬람인, 기독교인 등 믿음을 지닌 모든 사람이 각자의 신념에 따라 자유롭게 숭배하면서 함께하는 곳이다”라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예루살렘의 미 대사관 개관식에 앞서 녹화된 영상에서 “오늘 우리는 공식적으로 예루살렘의 미 대사관을 개관한다. 축하한다. 여기 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대인들이 축제 분위기를 만끽하는 동안 가자지구를 비롯해 라말라 등 요르단강 서안 주요 도시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그 어느 때보다 격렬하게 예루살렘 검문소를 향해 반(反)이스라엘 행진을 시작했다. 이에 이스라엘군이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기 시작하면서 4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다. 이번 사건은 이슬람 금식 성월(聖月)인 라마단 기간(5월 15일∼6월 14일)을 앞두고 벌어진 것이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분노를 더욱 자극할 것으로 예상된다.
광고 로드중
반면 2010년 12월 한 청년의 분신이 중동에 ‘아랍의 봄’ 혁명을 일으켰듯이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응축된 불만이 터져 나오는 경우 저항의 강도가 예전과 크게 달라져 3차 인티파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예루살렘=박민우 특파원 minwoo@donga.com / 주성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