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형권 국제부장
한국의 가까운 이웃 중국과 일본을 놓고 선택의 고민을 해본 적이 없다. 한일 관계, 한중 관계 모두 중요하다고 여겨 왔을 뿐이다. 10일 중국 베이징 중앙TV라디오총국에서 열린 한중일 3국 언론간부 세미나에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서 일부러 생각해 봤다. 굳이 고른다면 누가 더 나을까?
세미나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소속 9개 언론사가 한국 대표로 참석했다. 중국 일본 언론사 간부 30여 명도 함께했다. 오전 세션 ‘미디어 융합발전’ 주제를 논할 때는 너나없이 동병상련(同病相憐) 마음이었다. “인터넷 이용자들이 사실 여부를 알려 하기보다, 검색과 링크를 통해 자신이 읽고 싶은 정보만 얻으려는 경향이 점점 강해진다. 신문 방송 같은 전통 미디어조차 그런 트렌드에 영합하면 편파적인 정보가 더욱 범람하게 된다.” 일본 측 주제 발표자의 의견에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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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나 뒤 만찬 자리에 나란히 앉은 일본 언론인은 기자에게 조용히, 그러나 좀 더 노골적으로 말했다. “김정일 김정은 등 북한 최고지도자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마다 중국 공산당은 언론 보도를 철저히 통제한다. 세월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 걸 보니 중국 기자들은 그런 통제에 문제의식조차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 한국이 같은 민주주의 국가인 일본보다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을 더 좋아하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미국 퓨리서치센터의 2016년 조사에서 중국에 우호적인 한국인은 55%인 반면, 일본에 우호적인 경우는 그 절반(27%)에 불과했다. 2017년 조사에서도 일본 호감도(13%)는 중국 호감도(34%)보다 훨씬 낮았다.
이 글을 쓰기 전 주위 사람들에게 ‘중국과 일본 중 누가 더 나아?’라고 물으니 여론조사와 다른 대답이 의외로 많았다. 개인적으론 좋아할 수 있지만, 공개적으론 좋다고 할 수 없는 일본의 근본적 한계라고나 할까. 과거사 문제, 일본 내 혐한(嫌韓) 정서 등 ‘일본 탓’이 클 것이다. 일본 언론인도 “일본 지도자들이 실망스럽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역사적인 비핵화 담판을 위해 북-미 간, 미중 간 중재자 역할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해오고 있다. 많이 다른 중일 간에도 그런 중재외교가 필요하다. 그러려면 한중 간 체제 차이, 한일 간 감정의 골부터 극복해내야 한다. 그래야 중국 좋은 사람은 “중국 좋다”고, 일본 좋은 사람은 “일본 좋다”고 말이라도 솔직히 할 수 있다.
부형권 국제부장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