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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성의 盤세기]서산대사 佛歌를 민요풍 효의 노래로… 명반 중 명반

입력 | 2018-05-11 03:00:00

<10> 회심곡의 전설 강옥주




전설적인 경기민요 가수 강옥주. 김문성 씨 제공


김문성 국악평론가

가정의 달 5월, 매스컴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효(孝)이며, 효 하면 연상되는 노래가 회심곡(悔心曲)입니다. 회심곡은 원래 서산대사가 지은 것으로 알려진 불가의 노래입니다. 오늘날 소리꾼들이 ‘효’를 주제로 부르는 회심곡은 그중 일부이며 원래는 불교적인 설화를 바탕으로 극락왕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그러한 불가의 소리가 대중화한 것은 탁발승들이 시주를 위해 꽹과리를 치며 건네던 덕담과 축원이 담긴 회심곡을, 주로 목청 좋은 서도 소리꾼들이 배워 퍼뜨렸기 때문입니다. 특히 1930년 아성키네마가 야심차게 제작한 첫 작품이 왕덕성 감독의 영화 ‘회심곡’일 정도로 관심이 높았습니다. 자연스레 회심곡에 뛰어난 스님들의 주가도 함께 올랐습니다. 드디어 화청소리의 대가 권명학 스님의 회심곡이 취입되고, 음반 판매가 호조를 보이자 ‘신회심곡’이라는 좀 더 대중적인 회심곡을 취입하기에 이릅니다. 이 ‘신회심곡’은 이전의 ‘회심곡’과는 달리 ‘효’가 중심이 된 노래입니다. 그리고 이 ‘신회심곡’은 얼마 후 불후의 명창을 탄생시킵니다. 바로 회심곡의 전설 ‘강옥주(姜玉珠)’입니다.

1957년 발매된 강옥주의 ‘회심곡’ 음반. 김문성 씨 제공


1926년 경기도에서 태어난 강옥주는 조선권번에서 수학한 정통파 예기였습니다. 선소리산타령 인간문화재 정득만이 그녀의 재능을 알아보고 ‘담담하면서도 결이 깊은 목구성에 맞는 소리가 회심곡이니 배워보라’며 권유합니다. 스승의 권유로 불가의 회심곡을 배운 그녀는 갑작스레 회심곡에 변화를 줍니다. 우선 서도소리꾼들이 부르던 불가의 어려운 가사 대신 ‘효’가 중심이 된 ‘신회심곡’ 가사를 보강해 전면에 세우고, 기교 역시 부드러운 경기소리 중심으로 바꿉니다. 그녀의 회심곡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경기민요 공연에서 강옥주의 ‘회심곡’은 흥행 보증수표였습니다. 그녀를 스님으로 착각한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방송 진행자들조차 그녀를 스님으로 소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특히 1957년 신세기레코드에서 발매된 회심곡 음반에 그녀의 이름이 강옥주 대신 ‘김옥현’으로 기재되면서, ‘스님이 되었다’ ‘법명이 옥현이다’란 괴소문이 돌기에 이릅니다. 이후 김영임이라는 또 다른 회심곡 스타가 탄생하면서 강옥주라는 이름은 서서히 잊혀졌지만 오늘날 그녀의 회심곡은 명반 중의 명반으로 여전히 많은 애호가의 가슴속에 꽂혀 있습니다.
 
김문성 국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