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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레알 매혹시킨 ‘K뷰티’… 동대문 브랜드, 세계로 난다

입력 | 2018-05-04 03:00:00

스타일난다 6000억원대에 매각




“한국 화장품 최고” 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스타일난다 홍대 플래그십스토어에서 방문객들이 스타일난다의 화장품 브랜드 3CE의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로레알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인지도가 높은 스타일난다의 지분 100%를 인수해 아시아 고객을 겨냥한다는 전략을 내놨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김소희 대표

토종 뷰티 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가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 로레알그룹에 인수됐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서 인기가 많은 한국 뷰티 브랜드들이 글로벌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어 제 2, 3의 스타일난다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로레알그룹은 3일 한국의 메이크업 및 패션 회사인 ‘난다’(브랜드는 스타일난다)의 지분 100%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랑콤, 키엘, 비오템 등 글로벌 브랜드를 보유한 로레알이 한국의 뷰티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수가격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는 난다의 전체 지분 가격을 약 5700억 원에서 6000억 원대로 추산하고 있다.

○ 중국 시장 잡을 교두보

스타일난다는 김소희 대표가 20대 초반이던 2005년 서울 동대문시장에서 보세 여성 의류를 가져다 파는 온라인 쇼핑몰로 시작했다. 한류 열풍에 힘입어 매출이 급상승하면서 2012년에는 서울 강남구 가로수길에 첫 단독 매장을 냈고 백화점과 면세점에도 입점했다. 중국, 일본, 홍콩, 마카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해외에도 진출했다.

로레알그룹이 주목한 것은 스타일난다가 2009년 선보인 뷰티 브랜드 ‘쓰리컨셉아이즈(3CE)’다. 지난해 매출액 1675억 원 중 약 70%가 화장품에서 나왔다. 한류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서 탤런트 송혜교가 입은 블라우스 등으로 스타일난다가 중국 시장에서 탄탄한 인지도를 쌓아온 데다 색조화장품에 대한 중국 소비자들의 관심이 높아지며 3CE는 대륙의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세계 1위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코스맥스와 생산 계약을 맺고 비교적 싼 가격에 질 좋은 화장품을 내놓은 것도 중국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끈 요인이다.

롯데백화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스타일난다는 한국 백화점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遊客·유커)이 선호하는 한국 브랜드 1위였다. 지난해 중국의 쇼핑축제인 광군제(光棍節)와 12·12 행사 당시 T몰(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오픈마켓) 글로벌관에서 한국 색조 브랜드 중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로레알은 한국과 중국의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가 선호하는 스타일난다의 브랜드파워와 다양한 유통 채널에 주목했다고 인수 배경을 밝혔다. 얀 르부르동 로레알코리아 사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아시아 등) 접근성 높은 메이크업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타일난다는 로레알그룹의 기존 브랜드와 합병되지 않고 별도 법인으로 운영된다. 김 대표는 스타일난다의 크리에이티브 총괄(CCO) 역할을 맡는다.

○ 제2, 3의 스타일난다 나올까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중국 화장품 시장은 2021년까지 연평균 5.05% 증가해 3499억 위안(약 60조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KOTRA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이 화장품을 수입한 나라 중 한국이 1위였다.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중국 시장에 진출하고자 하는 글로벌 뷰티 기업들이 한국 화장품(K뷰티)에 주목하는 이유다.

해외 기업이 K뷰티 브랜드를 인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9월에는 도브, 바셀린 등 생활·의학용품 등을 보유하고 있는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가 중국 시장을 노리고 자외선 차단 스틱 등으로 유명한 브랜드 ‘AHC’의 제조사 카버코리아를 인수했다. 인수가격은 국내 화장품업계 인수합병 사상 최고가인 약 3조 원이었다.

K뷰티 바람을 타고 중국 판매 비중이 높은 마스크팩 업체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제이준코스메틱, 파파레서피, 에이바이봄, 에프엔코 등 한국의 중소 마스크팩 브랜드들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중국의 T몰 글로벌 마스크팩 부문에서 판매량 상위 10위 안에 골고루 올랐다. 화장품 업계는 머지않아 제2, 3의 카버코리아나 스타일난다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전 세계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한국 화장품에 주목하는 곳이 많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중국 최대 쇼핑몰 ‘타오바오(淘寶)’와 동남아시아 최대 온라인쇼핑몰인 ‘라자다’는 최근 한국 화장품 업계를 대상으로 입점 설명회를 열었다. 세계적인 유통 공룡 아마존은 3월 말 미국과 캐나다 시장에 진출하려는 한국 중소 화장품 회사를 위한 세미나를 여는 등 한국 화장품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조경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앞으로도 K뷰티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활용해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 진출하려는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