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혈증 치료 ‘3시간 지침’ 기억하기
패혈증은 걸리는 순간 중태에 빠질 수밖에 없는 질병일까. 대한중환자의학회 소속 전문의들은 “아주 간단한 상식만 기억해도 치명적인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결핵보다 무서운 패혈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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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 패혈증으로 숨지는 환자는 한 해 1만 명이 넘는다. 대한중환자의학회가 2013년 건강보험 자료를 분석한 결과 그해 패혈증 입원 환자 3만3518명 중 37.8%에 해당하는 1만2665명이 숨진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해 결핵 환자 3만6089명 중 6.2%인 2230명이 숨진 점을 감안하면 패혈증 사망률은 결핵보다 6배나 높다. 패혈증 사망자는 하루 평균 35명으로, 2015년 유행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의 전체 사망자 수(39명)와 맞먹는다.
이는 가족이나 지인이 패혈증 의심 증상을 보여도 알아채지 못하는 데다 설령 응급실이나 중환자실로 데려가도 의료진이 적기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결과다. 패혈증을 방치하면 패혈성 쇼크로 악화돼 한 달 내에 사망할 가능성이 30% 수준으로 치솟는다.
김제형 고려대 안산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가 국내 중환자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패혈증 환자를 3시간 내에 진단 및 치료하는 ‘3시간 지침’ 준수율은 평균 5.6%에 불과했다. 미국 뉴욕주의 병원에서 실시된 같은 조사에서는 준수율이 무려 82.5%에 달했다.
○ 갑자기 횡설수설? 패혈증 의심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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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근본적인 대책은 의료진의 패혈증 치료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르면 다음 달부터 삼성서울병원 등 전국 27개 대학병원이 참여하는 ‘패혈증 감시 체계’를 가동할 방침이다. 중환자실에 온 패혈증 의심 환자의 치료 과정을 기록해 ‘3시간 지침’을 얼마나 잘 지켰는지 스스로 평가하고, 참여 병원들이 그 결과를 공유하겠다는 것이다. 3시간 내에 진단 및 치료하는 ‘3시간 지침’만 잘 지켜도 패혈증 사망률을 크게 줄일 수 있어서다. 호주는 ‘3시간 지침’을 각 병원에 보급한 지 10년 만에 패혈증 사망률을 35%에서 18.4%로 낮췄다.
임채만 대한중환자의학회장(서울아산병원 중환자실장)은 “한국 정부는 결핵 퇴치에 연간 수백억 원의 예산을 들이고 있지만 정작 더 심각한 패혈증엔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며 “일반 국민의 패혈증 인식을 높이고 의료진을 교육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