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구 4월 서울 첫 개관… 1주일만에 3000여명 다녀가
1일 서울 서초구 그림책도서관을 찾은 박승아·윤아 자매가 엄마 아빠 품에서 그림책을 보며 즐거워하고 있다.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
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리풀문화광장 ‘그림책 도서관’. 조용한 도서관에서 아이들의 서툰 말소리가 흘러나왔다. 한글을 읽는 게 아직은 서툰 5세 미만 아이들이다. 33m² 남짓한 공간에서 아이 10여 명이 옹기종기 앉아 책 속 동물들 말과 행동을 흉내 냈다.
박승아 양(4)은 제 몸만 한 그림책을 펼쳐 손가락으로 공룡을 가리켰다. 이날 연년생 승아, 윤아(3) 자매를 데리고 온 손예빈 씨(36·여)는 구연동화하듯 찬찬히 공룡 이야기를 들려줬다. 공룡 모양과 소리를 흉내 내자 자매는 까르르 웃었다.
이제 막 한글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들은 그림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함께 온 부모들은 자녀들과 눈을 맞춰가며 소리 내어 책을 읽어줬다. 손 씨는 “큰 그림책이나 팝업북은 아이들 정서나 독해력 발달에 좋긴 한데 일반 그림책보다 서너 배 비싸고 일반 도서관에는 별로 없어 접할 기회가 적었다. 이곳에서는 맘껏 읽을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그림책 도서관은 주민들의 요구를 구가 적극 수용해 생겼다. 지난해 3월 서초구 어린이도서관이 인근 지역 아파트 재개발로 문을 닫게 되자 “새 어린이 도서관을 지어 달라”는 민원이 쇄도한 것.
구는 그림책만 모아둔 도서관을 만들기로 하고 예산 3억6000만 원을 들였다. 폐관한 어린이 도서관에서 서쪽으로 약 2.2km 떨어진 곳에 컨테이너박스 두 개를 이어 만들었다.
한글뿐 아니라 영어 그림책도 있다. 2층은 신발을 벗고 누워서도 책을 볼 수 있도록 꾸며져 있다.
다만 찾는 이가 많다 보니 팝업북이 훼손된 채 반납되는 경우도 심심찮다. 인기 있는 캐릭터가 그려진 책장이 찢겨 떨어진 채 돌아오는 일도 벌어진다고 한다. 변상하는 대신 동일한 책으로 반납하면 된다. 구 관계자는 “팝업북은 일반도서보다 파손되기 쉬운 편이다. 더 많은 아이들이 즐길 수 있도록 부모의 세심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그림책 도서관에서는 서초구민뿐만 아니라 서울시민 누구나 5권까지 빌릴 수 있다. 주중에는 오전 9시∼오후 9시, 주말에는 오후 6시까지 문을 연다. 월요일 휴관.
김단비 기자 kubee0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