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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주한미군, 평화협정 무관”

입력 | 2018-05-03 03:00:00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 철수론 주장 문정인 특보에 경고
靑 “비핵화 먼저” 경협 속도조절




문재인 대통령은 2일 “주한미군은 한미동맹의 문제다. 평화협정 체결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주한미군 철수 등 불필요한 논란과 함께 남북 경제협력에 대한 과도한 기대 등 비핵화 논의에 대한 낙관론이 빠르게 확산되자 서둘러 진화에 나선 것이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문 대통령이 참모진과의 티타임에서 문정인 대통령통일외교안보특보의 기고문에 대한 보고를 받고 이같이 말했다고 밝혔다. 문 특보가 지난달 30일 한 기고문에서 “평화협정이 체결되면 주한미군 주둔을 정당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직접 나서 반박하며 경고성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김 대변인은 또 문 대통령의 지시를 받은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이 문 특보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의 입장과 혼선이 빚어지지 않도록 해달라”고 전했다.

청와대가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평화체제 구축에 합의한 상황에서, 주한미군 철수를 거론하는 게 비핵화 협상의 중재 역할을 맡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신뢰를 흔들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또 문 특보가 대통령의 대표적인 외교 브레인으로 꼽히는 만큼 보수층의 안보 불안감을 자극해 남남갈등을 확산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다. 여권 관계자는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미국과의 긴밀한 소통과 초당적 협력을 강조한 상황에서 불필요한 오해를 확산시킬 수 있는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이날 판문점 선언 채택으로 남북 경제협력 기대가 과열 조짐을 보이는 데 대해서도 제동을 걸고 나섰다. 청와대 관계자는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져야 남북 경협 사업 논의가 본격화할 수 있다”며 “당장은 경협에 착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다만 청와대는 비핵화 협상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북한과 실무접촉을 갖고 남북 경협 사업 공동조사 연구를 논의하는 등 판문점 선언 이행을 위한 후속 조치는 별도로 계속 진행할 방침이다. 남북 간 본격적인 실무접촉은 3일 판문점 선언 이행추진위원회 출범 이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또 이르면 이번 주에 김 위원장과 전화 통화를 하고 북-미 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 후속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문병기 weappon@donga.com·한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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