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정우람. 스포츠동아DB
“9회요? 걱정이 덜하죠. (정)우람이가 있잖아요.”
한화 한용덕 감독은 매 경기를 편안히 지켜보지 못한다. 선수들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보내지만, 그 믿음만큼 속은 타들어간다. 한 감독이 아닌 모든 감독과 코치들의 마음이 그렇다. 그런 한 감독도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 있다. 바로 ‘수호신’ 정우람(33)이 마운드에 오르는 9회다.
정우람은 30일까지 올 시즌 12경기에서 11.1이닝을 던지며 1승8세이브 방어율 1.59를 기록했다. 블론세이브가 한 차례 있지만, 이닝당출루허용(WHIP)은 0.71에 불과하다. 9이닝당 탈삼진은 11.12개로 예년(11.90개)과 비슷하지만 볼넷 비율은 2.90개에서 0.79개로 대폭 줄었다. 철저한 관리 속에 마운드에 오르며 날카로움이 더해졌다.
좌완계투로 숱한 기록을 쏟아낸 정우람이지만 딱히 의미를 두는 건 없다. 선수 생활에서 꼭 이루고 싶은 목표를 물어도 ‘한화의 가을야구’라는 답만 돌아온다. 한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SK 시절 ‘벌떼 불펜’ 주역으로 세 차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른 정우람에게 한화에서의 가을야구는 ‘팬들을 향한 선물’이다.
그는 “젊은 선수들을 이끌어 가을야구 선물을 드리고 싶다. 내년일 수도, 그 후일 수도, 당장 올해가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후배들에게 ‘가을 DNA’를 심어주겠냐는 질문에는 “가을야구에서 뛴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지만 내 역할이 바로 그거 아니겠나”고 말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