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루킹 파문]경공모에 유포한 문건 살펴보니…
지난해 9월 김 씨는 자신의 페이스북과 비공개 블로그에 ‘정치성향 가치분포도’라는 그림을 올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이명박(MB) 전 대통령,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온라인 커뮤니티인 ‘일간베스트(일베)’와 ‘오늘의유머(오유)’ 등 한국 정치에 영향을 미치는 인물과 집단을 총망라한 뒤 성향을 분석한 것이다. 일종의 ‘이념 지형도’이다. 그는 이를 바탕으로 자신이 이끄는 ‘경제적 공진화 모임(경공모)’ 회원들에게 ‘동지와 적’을 설명했다.
○ 적군과 아군 가르는 4가지 기준
반면 경공모의 대척점에는 보수 성향 커뮤니티인 ‘일베’와 ‘약탈적 기업들’이 자리하고 있다. 약탈적 기업은 재벌로 추정된다. 김 씨는 이들이 약육강식과 개인주의를 추구한다며 사실상 반사회적 집단과 동일시했다.
MB와 한국당은 공동체를 우선시하지만 약육강식의 가치를 따르는 것으로 분류했다. 바른미래당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나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도 여기에 포함됐다. 김 씨는 안 후보를 “재벌과 유착된 사람” “서민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해 왔다. 박 의원에 대해서는 “동교동계를 말아먹은 사람” “민주당에는 절대 와서는 안 되는 사람”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건 김대중(DJ) 전 대통령을 대표하는 ‘동교동’과 민주당 이재명 경기도지사 후보도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김 씨는 “DJ 사후 동교동은 공생 대신 약육강식을 택했다. 이 후보는 과거 반DJ 운동을 했던 인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이 후보와 그의 지지자들에 대해서는 “일베와 같이 느껴진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이 후보가 당내 경선에서 ‘친문’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과 맞붙자 김 씨가 이 후보 관련 기사에 비난 댓글을 달고 추천 수에도 개입한 정황이 포착됐다.
○ 대선 직후 내각 명단 ‘예언’
또 김 씨는 지난해 대선 당일 문 대통령 당선이 확실시되자 경공모 단체 대화방에서 새 정부 1기 내각 명단을 예측했다고 한다. 김 씨가 “선대위(선거대책위원회) 쪽에서 나온 얘기”라며 거론했던 김상곤 사회부총리,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등은 그의 예상대로 실제 장관으로 임명됐다. 김 씨는 또 회원들에게 외교부, 보건복지부, 기획재정부 장관을 거론하며 “우리와 함께 일을 해야 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동혁 hack@donga.com·장관석 기자·안보겸 채널A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