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없앤 ‘그린존’으로 바람 불어 좌타자가 밀어친 홈런 비거리가 유일하게 우타자 밀어친 거리 능가 3시즌 좌월 홈런 비중 55%나 돼
좌익수 뒤편으로 외벽 담장이 없는 인천 문학구장. 관중이 자리를 펴고 편하게 경기를 관람할 수 있게 2010년 ‘그린존’이 조성됐다. 이곳에 생겨난 ‘바람길’이 타구의 비거리를 높인다는 견해가 있다. SK 제공
SK, 삼성, 롯데의 안방인 문학(인천SK행복드림구장),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 사직구장은 최근 2∼3년 동안 평균 2.6개의 홈런이 나오는 ‘홈런공장’으로 자리매김했다. 1.4개의 홈런이 나온 잠실구장보다 평균 1개 이상 많다. 좌우 담장까지의 길이가 상대적으로 짧고, 곡선이 아닌 각진 외야 모양(대구) 등이 이유로 꼽히고 있다.
그중 문학구장은 좀 더 특별하다. 홈런이 많이 나오는 구장 중에서도 왼쪽 담장을 넘기는 비율이나 비거리가 더욱 두드러지는 곳이다. 문학구장에서 좌타자가 밀어 친 홈런의 평균 비거리(112.4m)는 우타자가 밀어 친 홈런 비거리(111.4m)를 능가했다. 당겨 치거나 밀어 친 홈런의 평균 비거리가 우타자가 긴 사직, 대구구장과 다른 모습이다.
문학구장의 경우 왼쪽 담장을 넘는 홈런의 비율도 타 구장에 비해 더 높다. 문학구장처럼 크기가 작고 3년 동안 500개 이상의 홈런이 나온 사직구장에서 왼쪽 담장을 넘어간 홈런의 비율은 전체의 51.4%(502개 중 258개)다. 문학구장은 이보다 높은 55%(567개 중 312개)다. 문학구장의 왼쪽담장을 공략할수록 유리한 셈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바람의 영향을 꼽는다. 2010시즌을 앞두고 문학구장은 외야 왼쪽 외벽을 허물고 잔디외야석인 ‘그린존’을 만들었는데 이곳으로 바람이 빠져나간다는 것이다.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도 “대체로 우익수 쪽에서 좌익수 방향으로 바람이 부는데 그린존의 영향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SK구단에서는 2010년대 중반부터 우타 거포가 늘어났다. 타자들이 홈런을 칠 때 당겨 친 홈런이 70% 내외, 밀어 친 홈런이 20% 내외로 문학구장의 왼쪽 담장을 공략하기에 우타자가 유리하다.
SK 외국인 선수 로맥의 호쾌한 스윙 자세. 로맥은 올 시즌 가장 먼저 10홈런 고지에 올랐다. SK 제공
SK 관계자는 “구장이 작은 데다 바람의 영향을 고려해 타구를 띄울 줄 아는 거포 영입에 중점을 둔 건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그린존 조성 자체는 타자 영입보다 관중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