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200명 인도 300m 점령… 밤늦게 술판 벌이고 주택가 배회 주민들 “심야 마주치면 깜짝 놀라”… 경찰들도 “지나가지 말라” 막아
17일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인도에서 금속노조원들이 노숙 농성을 하고 있다. 농성 중인 약 300m 구간은 시민이 다니지 못하게 됐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청와대 앞길 산책에 나섰던 한 시민이 다가서자 경찰이 가로막았다. “(노조원들과) 시비가 붙을 수 있으니 가지 말라”는 것이었다. 근처에 산다는 이 시민은 ‘시민통행로’ 팻말을 가리키며 “노조원 보행권만 보장되느냐”며 항의했다.
노숙 농성에는 금속노조 성동조선해양지회와 GM지부 소속 노조원이 참가하고 있다. 농성 기간은 정해지지 않았다. GM지부 노조원 70여 명은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경영 정상화를 촉구하며 지난달 말부터 상경 투쟁 중이다. 성동조선해양지회 노조원 100여 명은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한 ‘중소형 조선소 회생 방안’을 마련해 달라며 이달 초 서울로 왔다. 낮 시간에 집회를 열던 이들은 16일부터 함께 노숙 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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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지난해 6월 청와대 앞길 개방 후 연일 계속되는 각종 단체의 집회나 1인 시위 탓에 근처 주민과 상인들은 불만이 누적된 상태다. 요즘도 청와대 앞길 인도에서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전공노)의 ‘해직자 복직 투쟁’ 같은 시위가 매일 열리고 있다.
효자동 주민 이모 씨(52·여)는 “한적한 동네였던 효자동이 너무 시끄럽게 바뀌었다. 현장 경찰에게 여러 번 항의도 했지만 ‘어쩔 수 없다’는 답만 들었다”고 했다. 박모 씨(50)는 “늦게 귀가하는 딸이 노숙 농성을 하는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게 하려고 ‘청와대 쪽으로 가지 말라’고 시켰다. 이 길은 주민을 위해 개방한 것 아니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식당을 운영하는 이모 씨(44·여)는 “경복궁 돌담길을 보기 위해 오는 관광객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벽이 집회 현수막으로 도배됐다”라고 말했다.
경찰은 적법한 신고를 마친 집회라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경찰 관계자는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노숙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개별 노조원의 행동까지 일일이 확인하기는 힘들다”라고 말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