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원 댓글 여론조작 파문]구속 사흘뒤 경공모 회원에 편지
○ 내부 결속 다지고… “여권에 저항”
김 씨가 경공모 회원들에게 편지를 보낸 건 지난달 28일로 알려졌다. 구속 사흘 후다. 이 편지는 한 회원이 전달받아 소수의 다른 회원과 공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씨는 이 편지에서 이번 수사를 ‘정치적 보복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또 “저들은 나를 도와주지 않을 것이다”라며 집행유예를 목표로 한다는 뜻을 밝혔다. 여기서 ‘저들’은 더불어민주당과 자신이 접촉했던 국회의원들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씨가 편지를 보낼 때만 해도 댓글 여론 조작 사건은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13일 언론 보도로 처음 사건이 드러나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김 씨와 관련된 블로그와 카페 등이 일제히 폐쇄된 건 하루 뒤인 14일. ‘드루킹의 자료창고’와 ‘경인선(경제도 사람이 먼저다)’ 등이 모두 비공개로 바뀌었다.
그러나 민주당 김경수 의원과 청와대가 잇달아 해명에 나서고 새로운 의혹이 제기되자 다시 분위기가 바뀌었다. 16일 오후 ‘드루킹의 자료창고’가, 17일 오후에 ‘경인선’이 차례로 공개됐다. 블로그 재공개는 김 씨의 변호인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김 씨 자신의 뜻으로 보인다. 김 씨 변호인은 일부 언론에 “블로그를 다시 열었다. 재미있는 글이 많다”는 내용을 먼저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모든 글이 일제히 공개로 바뀐 것은 아니다. 경인선 블로그의 경우 2016년 12월 6일 등록했던 ‘국민 선플단 프로젝트란?’ 글은 여전히 비공개다. 여기에는 “민주 세력 집권을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은 악의적으로 편파적으로 가짜 여론을 생성 유통하는 인터넷상의 ‘악플들’을 국민의 진짜 목소리로 정화하는 것” 같은 내용이 있다.
반면 지난해 8월 1일 ‘드루킹의 자료창고’에 올렸던 ‘김정숙 여사가 경인선에 가고 싶어하셨던 이유, Cheer Up!’이라는 글은 공개됐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장에 참가한 경인선 회원들의 모습과 김 여사가 “경인선에 가야지”라고 말하는 동영상도 있다.
○ “오사카 총영사는 일본 자금 유치용”
경공모의 최상위 등급인 ‘우주’ 회원 A 씨는 1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가 경공모 회원들에게 강연하는 걸 직접 들었다”며 “김 씨가 경공모 회비로 정치인들에게 강연료 수백만 원을 준 걸로 안다”고 말했다.
노 원내대표는 2014년 6월 서울 경희대 크라운관에서 경공모 회원들을 상대로 강연을 했다. 노 원내대표 측은 “2014년 6월에 단 한 번 강의했는데 사람이 굉장히 많이 와서 방대한 조직이라고 생각했다”며 “2013년 삼성 X파일 사건으로 의원직을 잃은 상태여서 당시 강연을 많이 다녔다”고 해명했다.
A 씨는 김 씨가 경공모 고문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에 앉히려 했던 것은 경제적 공진화를 위해 일본 자금을 끌어와야 하는데 신뢰받을 수 있는 ‘간판’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고 주장했다. 김 씨는 올해나 내년 일본 대지진이 일어나 도쿄가 물에 잠길 거라고 예언하며 그 후 일본 기업들의 자금을 한국으로 대거 끌어오는 방안을 계획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기범 kaki@donga.com·김동혁·조응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