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최초 B2B 육류 도매 플랫폼 ‘미트박스’의 성공비결
2014년 사업을 시작한 온라인 육류 도매 플랫폼 서비스 ‘미트박스’의 이 같은 제안에 음식점이나 정육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귀가 솔깃했다. 임차료, 인건비, 식재료 등 각종 비용 상승으로 가게 운영이 점점 힘들어져 가는 상황에서 들린 희소식이었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들은 속는 셈 치고 미트박스 웹사이트를 이용하거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다운로드해 주문을 넣어봤다. 다음 날 사업장에는 질 좋은 고기가 훨씬 저렴한 가격에 배달됐다. 삼겹살이나 소고기를 주로 파는 음식점에선 곧바로 비용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서울 이태원에서 무한리필 고깃집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의 경우 한 달에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을 줄일 수 있었다.
이런 혜택 덕분에 미트박스는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4000만 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은 2015년 89억 원, 2016년 352억 원으로 뛰어올랐다. 2017년에는 전년 대비 2배가 넘는 875억 원의 거래액을 기록했다. 2018년 1월 기준 약 1만8000여 곳의 음식점, 정육점 등이 미트박스를 통해 고기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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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통마진 줄인 직거래 플랫폼에 도전
온라인 육류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를 운영하는 김기봉 글로벌네트웍스 대표(왼쪽)와 서영직 글로벌네트웍스 사장. 미트박스 제공
게임업체 웹젠에서 일했던 정보기술(IT) 전문가인 서 사장은 이 이야기를 듣자마자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김 대표에게 중간상인 유통 과정을 제거한 온라인 직거래 플랫폼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육류 판매자들이 한 플랫폼 안에서 경쟁하면 가격을 낮출 수 있는데다 가격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육류를 취급하는 음식점이 해마다 늘고 육류 시장 규모가 성장하고 있어 사업 전망도 밝다고 판단했다. 서 사장은 “미트박스는 육류 판매자와 중소 자영업자 간 온라인 B2B(기업 간 거래) 플랫폼으로 시장 지위를 확보하면서 유통 구조를 혁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 호가 경쟁 시스템 통해 윈윈 플랫폼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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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문제는 가격경쟁 시스템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미트박스는 ‘호가 경쟁 시스템’을 온라인 플랫폼에 도입했다. 각 판매자는 미트박스 플랫폼에 육류 제품별 가격 정보를 올린다. 소비자와 판매자 모두가 이 가격을 미트박스 앱이나 웹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미트박스는 최저가격을 제시한 업체의 제품을 항상 상단에 배치했다. 판매자들은 경쟁사 가격을 참고해 가격을 수시로 조정할 수 있다. 결국 치열한 가격 경쟁이 벌어졌다. 김 대표는 “공정한 가격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점 판매를 금지하고 업체의 규모와 상관없이 동등하게 대우하는 등 엄격한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며 “가격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고객의 재구매율이 85%에 이른다”고 말했다.
○ 오뚜기OLS와의 협업으로 물류서비스 해결
스타트업 기업인 미트박스는 물류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엄청난 투자금이 소요되는 전국 배송망을 독자적인 역량만으로 확보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미트박스는 다른 회사와의 협업을 통해 물류 문제를 풀기로 했다. 오뚜기 자회사이자 물류 전문 회사인 오뚜기OLS의 ‘유휴 인프라’를 활용하기로 한 것이다. 오뚜기OLS는 전국에 16개 센터와 냉장차량 500여 대를 보유하고 있었다. 오뚜기OLS 창고의 빈 공간에 고기를 보관했다가 냉장차량의 남는 공간에 미트박스 제품을 실어 주문한 고객에게 배달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오뚜기OLS 창고의 빈 공간에 고기를 보관했다가 미트박스를 통해 주문이 이뤄지면 냉장차량의 남는 공간에 제품을 실어 배달하는 방법을 생각해냈다.
추가 매출을 내기 위해 외부에서 새로운 파트너를 찾던 오뚜기OLS 입장에서도 좋은 사업 기회였다. 미트박스의 가능성을 높이 평가한 오뚜기OLS는 적극적으로 미트박스를 지원했다. 배송단가도 상생을 고려해 합리적인 수준으로 책정했다. 초기에는 배송 물량이 많지 않았다. 하지만 미트박스 거래 규모가 커지면서 오뚜기OLS의 매출도 크게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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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영 기자 mylee0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