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회 ‘트리플더블’ 2번 숭의여고 3학년 박지현
장신이면서 스피드와 테크닉까지 겸비한 ‘특급 가드’ 박지현은 장차 국내 여자프로농구 판도를 뒤흔들 선수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국내 여자농구 선수 중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의 국제개발 프로그램인 ‘국경 없는 농구 글로벌 캠프(BWB)’에 참가하기도 했다. 모교인 숭의여고에서 만난 박지현은 “세계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일단 보기 드문 장신 가드다. 고교 입학 때 178cm였던 키가 지금은 185cm. 그런데 키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ing)이다. “지금도 크고 있는 것 같아요(웃음). 중학교 때부터 엄마가 아침과 저녁에 꼭 우유 500mL씩 먹게 했어요. 집에서도 아침부터 쇠고기를 먹었고 외식 때도 무조건 고기만 먹었어요.”
장신이지만 단신 가드처럼 날렵하다. 지난 춘계연맹전에서 트리플더블 중 한 번은 가로채기(10개)로 기록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진기록이다. 국내 여자프로농구에서 나온 국내 선수 트리플더블은 총 26차례. 그런데 가로채기가 포함된 것은 단 한 번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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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프로농구 통합 6연패를 달성한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은 “박지현은 지금 당장 프로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다. 발이 빠르고 몸놀림, 리바운드도 좋다. 가능성이 엄청나다. 성인 대표팀에도 뽑힐 만하다”고 평가했다.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전국대회 800m 3위, 100m 4위)였던 박지현은 4학년 때 유소년 농구클럽을 통해 농구에 입문했다. ‘될성부른 떡잎’을 알아본 지도교사는 그를 곧바로 ‘엘리트 팀’으로 보냈다. 농구 2년 차였던 선일초교 5학년 때 이미 WKBL 총재배 어린이 농구 큰잔치에서 최우수선수로 선정됐다.
중학교 시절 대한농구협회가 선정한 유망주 12명에 포함돼 미국으로 떠나는 캠프에도 종종 참가하며 더 큰 무대를 향한 꿈을 키웠다.
“제 롤 모델은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캔디스 파커 선수입니다. 미국 캠프에 처음 갔을 때 WNBA 경기를 구경 가서 본 선수예요. 키가 저처럼 큰데 안에서도 밖에서도 다 하더라고요. 저와 스타일이 비슷해서 보고 배울 게 많다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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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BA U17 여자농구대회 등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국제무대 경쟁력을 키운 박지현. 동아일보DB
“대표팀에서 처음 만났는데 언니가 먼저 말을 걸어줬어요. 훈련할 때 혼나서 운 적이 있는데 언니가 따로 불러서 ‘언니도 다 그런 적 있다, 다 너한테 도움이 된다’고 했어요. 또 간식도 많이 챙겨줬어요(웃음).”
타고난 스피드 덕택에 고교 무대에서 ‘압도적인’ 장신 가드인 그는 고2 때인 2017년 주말리그 왕중왕전에서는 최우수선수, 리바운드상, 어시스트상, 수비상 등 4관왕을 차지했다. 2018년 춘계연맹전에선 리바운드 1위(평균 20.3개)를 차지하면서 경기당 평균 29점을 터뜨렸다.
올해는 국내 여자농구 선수 중 최초로 미국프로농구(NBA)의 국제개발 프로그램인 ‘국경 없는 농구 글로벌 캠프(BWB)’에 참가하고 돌아와 자신감이 더 붙었다.
이번 캠프에서 ‘베스트 12’에 선정된 그는 미국 대학팀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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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부터 중국에서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숭의여고 코치로 부임한 이호근 전 삼성생명 감독 밑에서 담금질을 하고 있는 박지현은 프로 무대가 두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설렘이 더 크다.
“(박)지수 언니는 이제 2년 차인데 완전 ‘오래된 사람처럼’ 너무 잘해 멋있어요. 그런데 언니가 경기 중 코피도 흘리고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이 보이는 거예요. 진짜 프로는 몸싸움부터가 다르다는 것이 느껴졌어요. 감독님도 언니들도 프로에서 수비가 안 되면 버티기 힘들다고 많이 얘기해줘요. 감독님도 그걸 잘 아시니 수비에 대해 많이 알려주셔서 수비 훈련 때 더 집중하려고 해요. ‘고교와 프로는 다르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어요. 저도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프로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꼭 보여주고 싶어요.”
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