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대담 - 조충훈 순천시장과 박진성 순천대 총장의 지역성장과 대학발전론
조충훈 전남 순천시장(오른쪽)과 박진성 순천대 총장이 지난달 19일 순천대 총장실에서 ‘지역균형개발과 대학의 역할’에 대해 대화를 나누고 있다. 두 사람은 위기에 처한 지방과 지방대학을 살리는 데 지방자치단체와 대학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순천=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지역 발전에 지역 대학의 경쟁력이 왜 중요한가.
조충훈 순천시장=대학 발전은 도시의 격(格)을 올릴 뿐 아니라 도시 발전의 근간이기 때문입니다. 대학은 청년 인구 증가, 일자리 창출 등에 기여하고 지역 발전을 이끕니다. 순천시 성장동력인 생태와 자연은 지역 대학이 창출한 인재, 기술들을 흡수해 활용함으로써 더 경쟁력을 갖게 됐습니다.
― 순천시의 대학 지원 사례는….
조 시장=순천시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 산업에 필요한 인재를 공급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순천에는 국립대인 순천대를 비롯해 청암대, 제일대 등 3개 대학이 있습니다. 순천시는 이들 대학에 총 107억8000만 원을 지원했는데 앞으로도 시의 발전에 꼭 필요하고 대학 발전에 특화된 사업에 적극 지원할 생각입니다.
― 순천대가 지역 발전에 기여한 사례는….
박 총장=순천대는 순천만 습지생태 연구와 순천만 환경보호의 중요성에 대한 학문적 연구를 통해 ‘생태도시 순천’을 이루는 데 기여했습니다. 또 순천시 경제발전과 주민 삶의 질 향상에 필요한 건강가정·다문화지원센터 운영 등에 많은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약대의 천연물기반의약품연구소는 순천시의 지원에 힘입어 대학의 경쟁력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또 순천 특산품인 매실을 개량하고 6차산업화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순천대는 시 발전 전략에 도움이 되는 농생명, 약학, 첨단소재 관련 학과를 집중 육성해 전국을 대표하는 국립대로 발돋움할 것입니다.
― 지방정부가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파급효과가 커 가성비가 좋은 정책일 뿐 아니라 창의적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더 확산시킬 수 있다고 보는가.
조 시장=완벽한 지방분권입니다. 지방분권이 되면 지자체들은 더 좋은 지자체가 되기 위해 경쟁하며 다른 지차제의 좋은 정책을 벤치마킹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역 대학의 전문성이 지역 특수성과 결합하면 많은 효과를 낼 것입니다.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하는 것은 지역 자산을 늘리는 것입니다. ‘대학을 지원한다는 생각보다는 대학을 모셔야 한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박 총장=2017년 4월 순천대에서 열린 전국국공립대학총장협의회에서 조 시장이 ‘순천대가 있는 곳에 순천시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이 얘기를 듣고 다른 총장들이 이구동성으로 ‘조 시장과 같은 마인드를 가진 분하고 같이 일했으면 좋겠다’라고 부러워했습니다. 지자체장이 대학을 긍정적으로 본다면 지자체의 대학 지원은 늘어날 것입니다.
―외국인 유학생 유치가 대학과 지역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는데….
박 총장=국내 입학 자원만으로는 줄어드는 학생 수를 보충하는 데 한계가 있어 외국인 유학생 확충을 위해 노력 중입니다. 현재 순천대 외국인 유학생이 200명 정도인데 400∼500명으로 늘리려고 합니다. 이를 위해 인도네시아, 캄보디아에 ‘순천대 코리아센터’를 만들었고, ㈜파루가 지원하는 2억 원의 장학금 중 30%를 외국인 유학생에게 할당하고 있습니다. 순천시가 시 차원에서 외국인 유학생 장학금을 제공한다면 유치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 지방정부가 대학을 도울 때 필요한 법적 제도적 뒷받침은 무엇인가.
조 시장=순천시는 지방대육성법이 생기기 전부터 대학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 왔습니다. 지원 근거가 없었던 2011년부터 조례를 제정해 대학에 지원했으며 대학이 정부 공모사업에 선정되면 매칭펀드 형태로 출연금을 보조했습니다. 재정이 열악한 지자체가 대학을 지원하기는 하지만 근본적으로는 중앙정부의 지역 대학 맞춤형 지원 정책이 필요합니다. 순천대와 순천시의 성공이 중앙정부가 지방 대학을 지원하는 데 혁신의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박 총장=중앙정부는 지역 대학이 수도권 대학으로 집중하는 지역 인재를 유인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지원을 해야 합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지역 공공기관의 지역 인재 30% 채용’입니다. 정부가 적극 나서 공공기관들이 준수하게 하고 그 대상도 확대해야 합니다. 정부의 의지가 강하면 강할수록 수도권 대학 쏠림 현상은 완화될 것입니다. 연 20조 원에 달하는 국가 연구개발(R&D) 자금을 지방정부를 통해서 대학에 지원하는 방식도 필요합니다.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지역 대학 평생학습기관 역할 지원, 지역 연계 연구 지원 사업 활성화 및 지역 특화 산업 클러스터 육성 등을 해야 합니다.
― 지역과 대학이 더 발전하기 위해 바라는 점이 있다면….
조 시장=‘동주공제(同舟共濟·같은 배를 타고 함께 강을 건넘)’ 정신을 순천시와 순천 지역 대학들이 공유했으면 좋겠습니다. 지역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 제시와 지역의 중재자이자 조력자로서의 역할도 필요합니다. 광양만권 3개 시(순천, 여수, 광양) 공동 사업에도 대학들이 나선다면 시민들이 원하는 걸 찾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입니다. 아쉬운 점은 대학 혁신입니다. 지방 대학은 앞으로 학령인구 급감으로 인해 생존의 갈림길에 내몰릴 텐데 대학 스스로 변화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어떤 대학도 안전하지 않을 것입니다. 2030년이 면 세계 대학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보고서도 있을 만큼 대학이 위기를 겪고 있지만 대학은 위기와 관련이 없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박 총장=순천대가 전국 최고 지역 중심 국립대가 되기 위해서는 2014년 제정된 지방대육성법이 더 강화될 수 있도록 순천시의 적극적인 지지가 필요합니다. 순천시의 대학 지원이 빛을 발하려면 중앙정부의 지방대 육성 의지가 정책으로 나타나야 하기 때문입니다. 또 순천시 공무원들이 지역 대학을 바라보는 관점도 변해야 합니다. 순천대 구성원들은 어떤 대학에도 뒤지지 않는 충분한 능력이 있습니다.
순천=이종승 기자 urises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