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워싱턴 한미연구소 압박 논란]한미硏 예산지원 중단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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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가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USKI) 구재회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20여억 원 규모의 예산 지원 중단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2015년 5월 구 소장을 직접 만난 직후 “소장 임기는 3년으로 세 번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연구소 정관(定款)에 명시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구 소장이 8년간 재직한 점을 감안하면 1년 후에 사퇴하라고 종용한 것이다. 지난달 정부 산하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USKI 소장 교체를 요구하고 예산 지원 중단을 통보하기 3년 전에 김 원장이 비슷한 요구를 한 셈이다.
○ 김기식 “USKI 소장 임기 명시해야”
국회 정무위원회가 KIEP로부터 제출받은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김 원장은 새정치민주연합(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던 2015년 5월 26일(현지 시간) KIEP 관계자들과 미 워싱턴의 USKI를 방문해 구 소장, 제니 타운 부소장, 칼 잭슨 교수를 만났다. 이 만남은 KIEP가 후원해 자유한국당이 ‘황제 출장’이라고 비판하는 그 출장 도중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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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원장은 특히 연구소 운영 문제를 집중 제기하며 구 소장과 38노스 운영자 조엘 위트 선임연구원을 직접 거명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사람에 의해 프로그램이 좌우되거나 시스템이 흔들리는 구조를 계속 유지할 수는 없다”고 했다. USKI 관계자들과 면담한 직후 김 원장은 KIEP 관계자들에게 “연구소 정관에 소장 임기를 명시해야 한다. ‘소장 임기는 3년이며 세 번 이상 재임할 수 없다’는 내용을 (정관에) 포함시키는 걸 검토하라”고 말했다.
○ 트럼프 행정부에서 입각 시도했던 구 소장
KIEP가 2006년부터 매년 20여억 원을 지원해 온 USKI에 대한 논란은 2014년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제기됐다. 이 또한 김기식 당시 의원이 주도했다. 김 의원은 당시 정무위에서 “USKI에 예산만 지원할 뿐 통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20대 국회에선 민주당 정무위 간사인 이학영 의원이 이어받아 지난해 8월 구 소장의 장기 재직 문제 등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김 의원 재직 시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정무위 간사였던 김용태 국회 정무위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김기식 의원이 하도 ‘우리 예산 20억 원을 어떻게 썼는지, 연구소가 내는 성과가 뭔지는 알아야 한다’고 해서 KIEP가 참여하는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했다”고 말한 뒤 “이학영 의원이 정무위에 들어와서는 회계보고서 등 각종 운영 자료를 다 보고하라고 했고 이에 USKI는 ‘말이 되느냐’고 반발해 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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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靑 “국회·경사연이 진행한 일”
청와대는 논란이 확산되자 8일 “청와대가 나서서 구 소장 교체를 요청한 사실이 없다. 이 문제는 국회의 문제 제기에 따라 관리 감독을 맡은 경제인문사회연구회(경사연)가 진행한 일”이라고 적극 해명했다. USKI에 자금을 지원한 KIEP는 국무조정실 산하 경사연이 관리 감독을 맡는다. 문재인 대통령의 정책 멘토인 성경륭 한림대 교수가 올 2월 경사연 이사장으로 부임했다. 성 이사장도 이날 “USKI에 대한 국회의 지적이 수년간 있었는데 KIEP가 만든 개선안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3월 29일 KIEP 이사회에서 예산 중단을 최종 결론 낸 것”이라고 밝혔다.
이태호 청와대 통상비서관과 홍일표 선임행정관이 관여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청와대는 “김준동 KIEP 부원장이 지난해 11월 2일 이 비서관과 홍 행정관에게 보고하겠다고 왔다. 두 사람이 별도로 지시를 내린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곤혹스러워하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 문제가 자칫 박근혜 정부 때의 ‘블랙리스트’와 비슷한 형태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모든 일의 배후에 청와대가 있다는 인식이 마치 사실처럼 확산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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