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들어온 빅데이터-인공지능]<上> ‘빅데이터 창업상담’ 받아보니
지난달 30일 서울 마포구 자영업지원센터 황수연 선임전문위원이 빅데이터 활용 예비창업자 컨설팅 시스템을 설명하고 있다. 어떤 상권이 뜨는지 등도 확인할 수 있다. 안철민 기자 acm08@donga.com
서울에서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 가운데 38%는 1년 안에 폐업한다. 10명 중 서너 명은 1년도 못 가 망한다는 얘기다. 자영업 실패담이 쌓이다 보니 예비창업자들도 걱정이 많다. 이들처럼 아이디어는 있지만 어디서 어떻게 가게를 열어야 잘될 수 있는지를 도와주는 기관이 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운영하는 서울시 자영업지원센터다.
자영업지원센터가 빅데이터를 분석해보니 광화문 상권은 국내 상권 가운데 연매출이 가장 많은 5조8355억 원이었다. 기자는 광화문 근처에 있는 회사를 오가며 느낀 이 지역 소비자 특성을 고려해 ‘샐러드 전문 도시락점’ 컨설팅을 요청했다.
앞서 황수연 상담사는 자금은 얼마 정도 끌어들일 수 있는지, 주요 상품은 무엇인지, 생각해본 상권은 어디인지 범위를 좁혀달라고 주문했다. 황 상담사는 지원센터의 상담전문위원이다. 1577-6119로 전화를 걸어 상담 예약을 하면 그가 빅데이터를 분석해놓는다.
평소 광화문 근처에 직장인 대상 피트니스, 필라테스, 요가 업체가 많다는 점을 주목했다. 일찍 출근하거나 퇴근 후 운동하는 사람이 많고, 대부분은 살을 빼고 싶어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 닭 가슴살 샐러드!’
그러나 이 아이디어를 듣는 황 상담사 표정은 밝지 않았다. 그는 “닭 가슴살 먹고 날씬해지고 싶다고 사람들이 다 그걸 먹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예비창업자들이 빠지기 쉬운 ‘이상(理想)의 함정’에 기자도 빠졌다는 것이다. 날씬해지고 싶어 하는 여성이 실제로는 삼겹살을 먹을 수 있다는 얘기다. 오히려 피트니스센터의 ‘숍 인 숍’ 자리를 생각해보라고 조언했다.
지원센터를 방문하면 사업자 적성 테스트도 받을 수 있다. 성격과 장단점을 진단해 하려는 업종과 어울리는지 생각해볼 수 있다. 지원센터의 온·오프라인 교육을 받은 사람들(온라인 20시간, 오프라인 12~13시간 수강)은 시와 연계된 동일 직종에서 일해 볼 수 있다. 이달 1일부터 ‘모바일 상권분석 서비스’가 시작된다. 업종, 매출, 인구 등을 요약한 ‘내손안의 상권분석’을 휴대전화로 확인할 수 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